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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중도금 대출보증 규제 강화가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주형 기자] |
정부가 다음달부터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의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강남'이라고 명시하진 않았지만 이번 정부 조치는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단기간 웃돈(프리미엄)을 노리는 수요를 겨냥한 게 명확해서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실수요 목적이든 투기든 강남 재건축 단지에 눈을 돌렸던 예비청약자들은 동요하고 있다. 대신 상대적으로 강북권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이번 중도금 대출 규제 방안은 기존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달리 분양 가격 9억원이라는 절대금액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같은 고분양가 단지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6월 24일까지 서울에서 분양 공고를 낸 아파트는 모두 1만2515가구로 이 가운데 9억원 초과는 7%에 못 미치는 858가구다.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모두 강남3구 재건축 단지에 몰려 있다.
1인당 2건으로 보증 건수 제한도 있어 전반적인 분양권 전매 수요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9억원 초과 분양 시장이 기존 주택담보대출이나 고소득 신용대출이 가능한 투자자 위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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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정리하고 싶은 것은 강남 재건축 가수요"라며 "부동산 투자에선 시장·정부와 맞서 싸우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이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에선 아파트 41개 단지 1만8065가구가 일반분양에 나올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163가구)보다 77.7% 늘어난 규모다. 2003년 이후 최대인 셈이다. 강남3구를 제외한 분양만도 1만7080가구에 달한다.
서울 뉴타운 중 규모가 가장 큰 장위뉴타운에선 삼성물산이 1구역과 5구역에서 2500가구가 넘는 '래미안 장위'(가칭)를 선보인다. 현대산업개발도 마포 신수1구역에서 재건축 단지인 '신촌숲 아이파크'를 분양한다. 전용 59~137㎡ 1015가구로 일반분양만 568가구다. 현대건설은 서대문 북아현뉴타운 1-1구역에서 '북아현 힐스테이트' 전용 37~119㎡ 992가구를 내놓는데 350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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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강남시트가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강남에 남겠다는 '강남메인(Gangnam+remain)' 투자론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강남에는 압구정 재건축, 영동대로 지하화, 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등 호재가 많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외에 다른 대안도 없는 데다 강남 재건축은 희소성으로 오히려 관심을 받을 여지가 적잖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가수요'를 차단하겠다고 나선 만큼 앞으로는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실수요자들의 강남 진입은 더 힘들어져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남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른 지역과 입지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데도 한남더힐이 평당 최고 8000만원까지 부르는 건 부자 동네 프리미엄 때문"이라고 에둘러 설명했다.
[김기정 기자 / 신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