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뚜렷한 기준 없이 깎아주는 관행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은 데 이어 과징금 감면 대상도 모호한 기준을 적용해 제멋대로 선정하면서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의 공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열린 공정위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담합' 관련 전원회의에서 최초 신고업체로 과징금을 100% 감면받는 기업에 대한 판결이 실무 심사보고 결과와 달리 두산중공업으로 뒤집어졌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업계 추산 과징금 250억원~400억원을 안 내게 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의 결정을 다음주 중 공식으로 각 사에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입찰 담합 건은 한국가스공사가 2005~2012년 발주한 12건의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 13개 건설사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3516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다. 수주액은 대림산업(3937억원) 삼성물산(3795억원) 한양(3723억원) 대우건설(3615억원) 두산중공업(3615억원) 경남기업(3085억원) 포스코건설(753억원) 한화건설(752억원) 삼부토건(752억원) 동아건설산업(545억원) SK건설(495억원) 순이었다.
담합 사실을 최초로 자진신고한 두산중공업은 심사 과정에서 당초 1~12구간 전체가 아닌 6~12구간만 신고한 데다 신고 사실을 다른 업체에 누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5조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감경 또는 면제의 기준'에 따르면 담합 입증자료를 단독으로 최초 제공하고, 공정위가 정보나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고해야 하며 담합 사실도 '모두' 진술해야 한다.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제도 운영고시' 제5조에 따르면 자진신고자가 알고 있는 공동행위와 관련된 사실을 지체 없이 모두 진술했는지, 관련된 증거와 정보를 파기·조작·훼손·은폐했는지, 심사보고서가 통보되기 전 위원회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감면 신청 사실을 누설했는지 등도 판정에 결정적 기준이 된다.
공정위 심사관들은 두산중공업이 담합 사실을 처음 신고했으나 사실을 '전부' 진술하지 않고 감면 신청 사실을 경쟁사에 누설하는 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11월 심사보고 과정에서 1순위 감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공정위 전원회의에선 심사보고서와 전혀 다른 결론이 내려졌다. 7건을 자백한 이후 5건을 추가로 진술했다며 1순위 자격을 주기로 한 것이다. 담합 과징금 감면 대상 심사보고 결과가 전원회의에서 뒤집힌 것은 극히 이례적이어서 업계에서는 의혹을 제기한다. 자진신고 1·2순위에 100%, 50%씩 과징금을 줄여주기 때문에 업체 간에도 신경전이 날카롭다.
논란이 일자 공정위 측은 "두산중공업 자진신고가 공정위 조사 착수의 결정적 계기가 됐고 제출 자료가 상세한 데다 자진신고 사실 누설이 개인의 일탈 행위에 불과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원회가 최종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담합 자진신고가 조사 착수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인 데다 신고 사실을 누설한 것은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인데 전원회의에서 이를 무시한 것은 자의적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공정위
[이한나 기자 /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