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형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인하했지만 은행 예ㆍ적금에 되려 돈이 몰리면서 수신액이 1주일만에 10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투자를 꺼리고 은행에 목돈을 맡기는 ‘파킹’ 현상만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원화예수금 잔액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 9일 973조6249억원에서 5영업일 만인 16일 984조401억원으로 10조4152억원 증가했다. 원화예수금은 원화예금과 양도성 예금증서 등을 합한 액수를 말하며 은행 자금조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은행 수신 가운데 조달 원가가 낮아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요구불예금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383조1222억원에서 390조124억원으로 6조9802억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언제든지 조건 없이 지급하는 예금을 말한다.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지녀 ‘통화성예금’이라고도 하며 금리가 연 0.1% 이하 수준으로 낮다.
요구불예금은 이미 올해 1분기에만 20조원 넘게 증가해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9년 이후 17년만에 역대 최대 규모 증가치를 기록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평잔 기준)은 154조1170억원으로 전분기(133조3745억원)에 견줘 20조7425억원이 늘었다.
낮은 금리에도 요구불예금이 늘어나는 건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가계와 기업 모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년째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며 올해도 2100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올해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도 작년보다 둔화하는 등 개인들이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적절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개인과 기업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예금을 선호하고 있다”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한 안전자산 선호, 예·적금의 단기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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