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비밀수첩-90] 주당 4000원에 불과했던 중소형 제약주 주가가 불과 두 달 만에 최고 1만9200원으로 5배가량 치솟았다.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은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외이사 3명이 교체된 이후였다. 급격한 주가 변동에 3월 말 거래소가 현저한 시황 변동에 따른 조회공시를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중요한 공시 대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만에 이 회사는 동종업계 다른 회사와 소규모 합병을 결의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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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호재로 꼽혔던 이 회사의 합병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보고서가 두 번씩이나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정 요구 사유를 밝힐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보완을 요구한 부분이 두 차례 모두 수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코스피에서 가장 핫한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영진약품'이다. 뒤늦게 알게된 개미투자자들이 탐내는 종목인데 왜 잘나가는지 이유가 석연찮다.
4월 4일 주가 4010원에 시가총액이 7100억원에 불과했던 영진약품은 두 달여 만인 6월 10일 주가가 1만5000원으로 뛰면서 시총이 2조6600억원으로 불었다. 한미약품, 유한양행의 뒤를 이어 제약업종 3위에 해당되는 시총 규모다.
이 종목 주가가 상승한 이유를 두고 애널리스트들도 언급하길 꺼려했다.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 천연물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하지만 아직 임상시험 중이고 실적에 반영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 호재로 꼽히는 KT&G생명과학과의 합병 시너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5월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7월 1일 합병하려던 이 회사 계획은 현재 부실한 증권보고서 때문에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8월 12일까지 재수정한 증권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철회한 것으로 간주된다.
주가 급등으로 현재 주가순이익비율(PER)은 789배로 업종 평균 PER(49배)의 16배에 달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26배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KT&G생명과학의 전환상환우선주를 가진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상장이 안되자 영진약품과의 합병을 통해 차익 실현에 나서려고 주가를 부양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주가 상승의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술 개발과 합병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겹쳐서 주가가 급등했는데 현재까지 실체가 없는 얘기"라며 "소문만 듣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미정 증권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