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글로벌 펀드 분석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2일에서 8일까지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서 35억69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는 11억9100만달러가 순유입됐지만 일주일 만에 자금 흐름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반면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는 6월 2~8일 9억4500만달러가 유입됐다. 전주(2억9100만달러)보다 순유입액이 3배 이상 급증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 쇼크가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는 호재가 됐다"며 "금리 인상 기대감이 하락하면서 선진국 주식보다 신흥국 주식을 선호하는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길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흥국 증시를 향하는 자금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은 국제 유가 상승 때문"이라며 "달러화 약세와 나이지리아의 원유 생산 감소가 어우러지면서 지난 7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했고 이 덕분에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옐런 의장의 연설 이후 전 세계 증시에선 신흥국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9일 사이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증시는 러시아로 지수가 902.64에서 950.86까지 5.34% 올랐다. 러시아는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유명하다. 최근 국제 유가가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탄 덕분에 러시아 증시가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같은 기간 1985.84에서 2024.17로 1.93% 상승해 주요국 지수 중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상승폭이 컸다. 이어 홍콩 항셍지수(1.67%), 대만(1.49%), 싱가포르(1.23%) 순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선진국 증시 중에서는 다우산업지수가 1만7807.06에서 1만7985.19로 1%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어 영국(0.36%), 일본(0.16%), 독일(-0.14%) 순이었다.
코스피 상승폭이 신흥국 중에서도 높은 축에 속한 이유는 단기 과열 현상을 빚은 삼성전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의 삼성전자 편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삼성전자에 유입된 자금이 어느 순간 차익 실현에 나설 경우 코스피가 작지 않은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글로벌 머니는 옐런 의장 발언 이후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신흥국 주식을 사들이면서도 미국 국채와 하드커런시 신흥국 국채를 사들이는 등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달러화 강세에 대비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드커런시 채권은 달러화 등 국제 기축통화로 발행된 신흥국 채권을 말한다.
EPFR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미국 국채 비중이 절대적인 북미 채권형 펀드에 47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 4월 21~27일 48억달러가 북미 채권형 펀드에 흘러들어간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순유입이다.
하드커런시 신흥국 국채에도 지난 한 주 동안 6억4200만달러가 유입됐다. 반면 자국 화폐로 표시된 신흥국 국채에선 800만달러가 순유출
이재훈 연구원은 "환율에 가장 민감한 게 바로 금리 차이가 정해진 상황에서 환율에 따라 실질 수익률이 결정되는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라며 "달러화 표시 신흥국 국채 매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달러화 강세를 점치는 세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