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분석 / 서울반도체 ◆
지난 1분기 서울반도체는 연결기준 매출액 2346억원, 영업이익 72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액은 큰 차이가 없지만 영업이익은 55%, 영업이익률은 1.1%포인트 증가했다. 중국발 LED 공급과잉 탓에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큰 의미가 있는 성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2분기부터 중국 정부의 보조금 중단으로 LED 공급과잉이 해소되면 영업 환경도 우호적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반도체가 부진한 시장 상황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전체 매출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조명 부문이 호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매년 1분기는 전년 4분기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데다 조업 일수가 줄어들어 조명 부문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올해 1분기 조명 관련 매출액은 사상 최대인 1056억원에 달했다.
미국 GM에 차량용 조명을 새로 공급하면서 자동차 조명 매출액이 사상 최대치인 281억원을 달성한 덕분이다.
이는 대부분 경쟁 업체들이 매출 부진과 마진율 저하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와중에 거둔 성과라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LED를 포함한 반도체 업종을 차기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굴기'를 시행한 후 반도체 시장은 과포화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중국계 자본인 푸젠 그랜드칩 인베스트먼트 펀드(FGC)가 세계 2위 LED 업체 엑시트론을 사들이는 등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중국의 공세도 거세다.
삼성전자 LED사업부문과 LG이노텍 LED사업부는 2014년에 비해 지난해 각각 16.2%, 31.1% 매출이 급감했고 니치아, 오스람, 루미레즈 등 외국의 대형 LED업체 매출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서울반도체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고작 5470만원 감소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72억원으로 오히려 크게 늘었다.
올해 하반기 서울반도체 영업 환경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LED 공급과잉 비율도 2013년 30%에서 2015년 23%로 낮아졌고 2016년, 2017년에는 각각 16%, 14% 수준까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LED 분야에 집중했던 보조금을 다른 산업 분야에 지원할 목적으로 점차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수급이 정상화되면 정상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춘 서울반도체는 빠른 실적 회복세를 보일 확률이 높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울반도체는 특허를 다수 보유한 데다 일본 LED 업체 니치아와 핵심 기술을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해 시장이 정상화되면 가장 큰 수혜 업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서울반도체가 내놓은 차세대 LED 조명 '와이캅'에 주목하고 있다. 와이캅은 기존 제품에 비해 크기는 25% 수준에 불과한 반면 조도는 두 배 이상 높고 제조 기간도 기존의 절반에 불과해 LED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부진한 주가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반도체 주가는 지난해 11월 4일 2만1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후 올해는 1만4000~1만6000원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증권업계는 향후 주가가 지금보다 36% 오른 1만9944원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단 공급과잉이 해소되더라도 LED 업계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신흥국 시장 포화 영향으로 사상 최초로 올해 1분기 출하량이 3% 줄어드는 역성장을 보였다. 애플 등 거대 스마트폰 업체에 LED 조명을 공급하는 서울반도체로서는 전방산업이 축소되고 있는 셈이
또한 일부 영역에서 기존에 사용되던 LED가 고부가가치 소재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대체되며 시장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세계 OLED 조명 시장 규모는 1억3500만달러(약 1600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5년 내에 10배 이상 커지며 LED 조명을 부분적으로 대체할 전망이다.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