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내려앉은 안개를 뚫기 위해서는 이제는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가 되는 수밖에 없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사진)이 최근 카드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카드를 ‘다른 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들어 ‘디지털 현대카드’의 기치를 내건 정 부회장이 단순히 카드사의 업무를 개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온라인 검색 등 아예 새로운 사업 분야에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일경제가 보도한 ‘디지털로 확 바꾼 현대카드 ’한국판 구글‘ 꿈꾼다(본지 5월 20일자 보도)’ 기사를 게시하면서 “작년부터 조금은 낯설지만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며 현대카드를 ‘카드사’에서 ‘디지털IT 기업’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카드업계 최초로 고객의 소비패턴, 취향, 나이, 사는 지역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가장 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을 찾아주는 ‘맞춤형 검색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9월 금융사 최초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사무소를 오픈했으며 지난달말 이 사무실을 3배로 확장하는 등 선진 IT·핀테크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과 현대카드 임원들은 지난해부터 실리콘밸리, 뉴욕, 런던에 있는 100개 이상의 벤처캐피털,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업들을 만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이처럼 현대카드를 디지털 회사로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것은 최근 카드업계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는 데다 하반기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주 수입원 중 하나인 중금리 대출 시장을 나눠줄 수밖에 없어 영역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카드의 실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카드업계에서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0.5%로 전년(10.7%) 대비 0.2%포인트 떨어지며 5위로 밀려났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약 5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8%나 줄었다.
정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02년 1.8%에 불과하던 현대카드 점유율을 취임 후 단 7년여 만에 16.3%까지 끌어 올린 바 있다. 현대카드의 부흥을 이끌었던 정 부회장이 업계 위기를 뚫는 ‘디지털 경영’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만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 뿐 아니라 카드사 CEO라면 모두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각종 페이 출시로 실물카드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카드업계가 살아남으려면 하루빨리 핀테크·IT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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