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전 만기도래한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해 ‘부도’ 상태에 빠졌던 현대상선 회사채가 ‘정상’으로 기사회생했다. 지난달 31일~이달 1일 이틀간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 안이 가결되면서 부도 사유가 해소되저 한때 4000원대로 추락했던 회사채 가격도 7000원선을 회복했다.
2일 현대상선 제 186회차 회사채(액면가 1만원)는 7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26일 5110원에 거래됐던 회사채는 5거래일 만에 37% 올라 7000원대를 회복했다.
지난 4월 현대상선이 자금 부족으로 만기도래한 제176-2회차 회사채 원리금 8099억5677만원을 갚지 못하자 회사채 발행계약에 따라 제177-2·179-2·180·186회차 회사채의 기한이익이 상실되면서 일제히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가 됐다. 통상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에는 원리금 상환기한을 정하는데 기한이익이 상실되면 만기전이라도 기업은 회사채 원리금을 즉시 한꺼번에 상환해야 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채 신용등급을 D까지 낮췄다. D등급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업체에 부여하는 부도등급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최근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채무재조정안을 가결시킴으로써 부도 사유는 치유됐다. 회사채 가운데 50%이상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하는 조건으로 기한 이익도 되살아났다.
향후 현대상선 회사채의 시장가치는 출자전환 조건과 현대상선 경영 정상화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사채권자들은 보유 채권 50% 이상을 출자전환하게 되는데, 주식전환가격이 얼마로 정해질지가 일단 최대 변수다. 현대상선측은 “주식전환가격을 기준주가에 30% 할인률을 적용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주가 1만8050원을 기준주가로 본다면 주식전환가격은 1만2635원이 된다. 주식전환가격이 낮을수록 투자자에게 유리하지만 이 정도선에서 결정될지는 미지수다.
김형호 채권투자자문 대표는 “기준주가는 수시로 변하는 시장가격보다는 채권은행이 평가하는 현대상선 장기 기업가치나 장부가치(북밸류)를 감안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출자전환 후 주식수가 대거 늘어나고, 사채권자를 비롯한 비협약채권자들이 한꺼번에 매물을 쏟아낼 수 있다는 점이 주가에 부담요소다.
출자전환하고 남은 채권은 연1% 이자로 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받게 된다. 하지만 해운업황이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으면 5년후 원리금을 100% 상환받는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다만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에 이어 용선료 협상까지 타결되면 지난 연말 기준 1565.2%였던 현대상선 부채비율이 200%선까지 크게 떨어져 신용위험은 줄어들게 된다.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해운사가 자구 노력을 통해 부채비율을 400% 아래로 낮추면 선박펀드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연간 1조원대 용선료를 지불했던 현대상선이 싼 가격에 선박펀드를 통해 컨테이너선을 빌려쓸 수 있게 되면 장기 생존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회사채가 ‘부도’에서 아루아침에 ‘정상’ 으로 환골탈퇴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채 미상환은 어음 부도와 달리 은행 당좌거래 정지같은 ‘사형선고성’ 불이익은 가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채 부도로 ‘기한이익 상실’ 이 발생하더라도 현대상선처럼 추후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만기를 재연장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은행 추가대출 등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반면 만기가 돌아온 기업어음(CP)이나 물건값으로 지급한 상업어음을 부도내면 즉시 은행 당좌거래가 끊기는 등 모든 금융거래가 중단된다. 이럴 경우 법정관리나 파산으로 갈수밖에 없다. 다행히 현대상선은 현재 미상환 기업어음이 하나도 없다.
비슷하게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은 지난달 19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358억원 규모 제78회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만기 연장안을 통과시키며 채권 부도, 즉 기한이익 상실위기를 넘겼다. 한진해운은 이달 17일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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