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MSCI 악재 걷히자 외국인·기관 "삼성전자 주식 사자"

중국 주식예탁증서(ADR)의 MSCI지수 편입 악재가 일단락되자 삼성전자 주가가 거래 급증속에 4개월여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날 삼성전자 주식이 1조6131억원 어치 거래돼 사상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최근 손바뀜도 활발해 졌다. 중국 악재가 걷히자 마자 외국인과 국내 기관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놓고 치열한 확보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1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만1000원(3.17%) 오른 13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19일 4% 상승한 이후 4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국내 기관과 외국인간에 물량 쟁탈전이 벌어진 영향이 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장 막판 중국 MSCI 관련 외국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 국내 기관들이 2시50분 마감 동시호가 때 2~3% 가량 낮은 주가수준에 대량 매수 주문을 냈다”며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하락하지 않아 물량확보에 실패하자 1일 장중 매집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ADR 편입으로 외국인들은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주식을 약 100만주 정도 매각할 것으로 시장에선 예상됐다. 중국 ADR 가운데 50%가 MSCI신흥국지수에 추가로 편입되면 그만큼 기존 지수를 구성하고 있던 삼성전자 비중이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이다. MSCI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자금은 약 2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달 31일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량은 14만주에 그쳤다. MSCI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펀드가 내놓은 약 100만주의 매물 가운데 상당수를 다른 외국인이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MSCI 지수개편 시기를 삼성전자 매수 타이밍으로 손꼽아 기다렸지만 국내 기관들이 안이하게 대응한 탓에 외국인에게 선수를 빼앗겼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에 국내·외 투자자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저가 스마트폰인 갤럭시J의 판매 호조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기대치(컨센서스)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채원 한국밸류투자운용 부사장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올 2분기에 7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세계 주요 정보기술(IT) 업체 중에서 이익이 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또 “그동안 바이오 업종이나 철강 등 경기민감업종에 자금이 몰린 바 있지만 IT업종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이제 IT업종 주가가 오를 차례라는 공감대가 확산된 것도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주가가 지난달 13일 9.56달러에서 31일 12.72달러로 불과 18일만에 33% 올랐다”며 “전세계 반도체 업황이 좋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그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들이 빌린 주식을 갚기위해 되사는 소위 ‘숏커버링(Short covering)’에 나서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368만주에 달했던 대차잔고는 31일 320만주로 감소했다. 중국 ADR의 MSCI편입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투자자들이 빌렸던 주식을 갚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삼성전자 주가가 더 오를 것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전망이 좋음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지 못했던 것은 MSCI와 관련된 수급상의 악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이같은 악재가 끝난 데다가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다른 IT기업이 가지지 못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좀더 오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펀더멘탈은 지난 달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1일 주가가 급등한 것은 일시적인 수급상 이슈 때문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