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주가가 모바일 메신저 자회사 ‘라인’의 일본 증시 상장 소식에 급락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라인의 예상 시가총액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네이버 주가는 전일 대비 3만3000원(4.58%) 하락한 68만7000원을 기록했다. 네이버 주가는 이날 2% 하락세로 출발해 장 초반 7% 이상 급락하기도 하는 등 시종일관 약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라인이 다음달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며 예상 시가총액은 6000억엔(약 6조5000억원) 규모라고 보도했다. 라인이 상장하면 올해 일본에서 이뤄진 기업공개(IPO) 중 최대 규모가 된다. 라인은 도쿄증권거래소와 함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동시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라인은 IPO로 조달한 자금 2000억~3000억엔을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투자할 계획이다. 신규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대규모 광고비 집행도 이뤄질 전망이다.
라인이 상장될 경우 네이버는 적지 않은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고, 자금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다. 라인을 통해 대외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글로벌 사업 확대에 추진력을 얻을 수도 있다.
문제는 라인의 예상 시가총액이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예상했던 수준에 한참 못미친다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상장 후 라인의 시가총액을 13조~17조원으로 예상해 왔다. 라인 가치가 이 수준은 돼야 24조원에 달하는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계산적으로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의 가치는 크게 포털 가치와 라인 가치로 구성되는데,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증권사들은 네이버 포털 가치를 12조원 내외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2016년 예상 순이익 5조7000억원에 구글·바이두·야후재팬 등 글로벌 업체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에서 10% 할인한 PER 20.6배를 적용한 11조7640억원을 네이버 포털 가치로 제시했다. 이는 네이버 시가총액의 절반에 불과하다.
따라서 네이버 시가총액이 정당화 되기 위해서는 현금과 자사주 등 자산가치를 제외하더라도 라인 가치가 최소한 10조원 이상이 돼야 한다. 신주 발행 등 지분 희석을 감안하면 더 높아야 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라인 상장 후 네이버의 지분율을 60%로 가정하면 이날 22조원대로 급락한 네이버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라인의 시가총액이 최소 17조원 이상이 돼야 네이버의 현재 기업가치가 설명된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 중에서는 라인의 가치를 보고 네이버에 투자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네이버가 흔들릴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가 급락은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상장 시기와 예상 시가총액 등 보도 내용이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날 라인은 니혼게이자이 보도에 대해 “상장 계획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라인 시가총액의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라인 예상 시가총액은 적어도 기관 수요 예측을 통해 공모가가 결정된 이후에야 논의가 가능한 얘기”라며 “더구나 일본 증시는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75%~400% 범위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지금 라인의 예상 시가총액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주가 급락은 시장의 과민반응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염려하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장중에 네이버 주식을 240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오동환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는 네이버 포털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라인 상장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네이버 포털은 모바일 검색 및 디스플레이 광고의 상품 고도화에 힘입어 매출 성장률이 지난해 10% 초반에서 올해 10% 중반으로 상승했다. 특히 모바일 광고 성장세가 눈부시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올 1분기 네이버 모바일 광고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노현 기자 / 강다영 기자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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