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사망보험금 일명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가 보험산업의 근간인 ‘신뢰’를 흔드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약관에 명시된 대로 약속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보험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보험사기를 자처,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 기준 14개 생명보험사의 자살관련 미지급 보험금은 2465억원(미지급에 따른 지연이자 포함)으로, 보험사들은 소멸시효가 경과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에 확인한 결과 보험사들이 미지급한 자살보험금 2465억원은 이미 보험금 청구가 접수된 2980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건으로 나타났다.
즉 ‘보험사고 발생 후 2년(3월 이후 3년)이 경과되도록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계약’은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으로 약관대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지만, 자살관련 2980건의 보험금 청구건은 이미 보험금 청구를 했기 때문에 소멸시효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현재 보험사들은 미지급 자살보험금에 대해 소멸시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보험사들은 2010년 4월 이전 작성한 약관이 ‘실수’라며 해당약관(재해사망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특약에는 ‘가입 2년 후에는 자살 시에도 특약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특약에 가입하고 2년이 지나 자살을 했을 경우 일반사망보험금 대비 2~3배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보험사가 약속한 것인데, 보험사들은 자살률 증가로 보험금 지급이 많아지자 “소멸시효가 경과했다” 이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소멸시효가 경과하지 않은 자살보험금을 마치 소멸시효가 지나 지급할 수 없다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성재 금감원 보험준법검사국장은 “보험사들이 미지급한 자살보험금 2465억원은 이미 보험금 청구가 접수된 2980건에 해당해 소멸시효 경과와 무관한 건”이라고 밝히면서 “보험사들이 소액 보험금은 소멸시효가 지나도 지급하는데 반해, 보험금 규모가 제법 있는 건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보험사들의
익명을 요구한 보험사 한 관계자는 “자살보험금은 약관에 따라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한 현 상황이 보험산업의 근간인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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