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나왔던 매물이 다 들어가서 거래가 뚝 끊겼습니다.”
강남 삼성동 영동대로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극심한 매매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가 강남 영동대로 지하도시 건설 등 개발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 일대 부동산 매물들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아파트, 상가·다가구 건물 등을 찾는 투자 수요자들의 문의는 많아졌지만 기존 소유주들이 매물을 모두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현대차 통합 신사옥(GBC)이 들어서고 영동대로 밑으로 잠실야구장 30배 크기의 지하상권이 형성될 때 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가격이 오르지 않겠냐는 기대심리가 소유주들 사이에 이미 팽배한 상태다.
현대차 통합 신사옥(GBC) 주변 상업지대 땅값은 3.3㎡에 1억5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하지만 매물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근 청담동 재건축 단지인 청담 삼익, 청담 홍실아파트다. 강남 재건축, 한강조망, 영동대로 개발 등 호재가 이어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청담 삼익은 전용면적 104㎡ 가 14억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지난달 매일경제가 코엑스~종합운동장 일대 종합개발 계획을 보도하기 전만해도 13억5000수준이었던 것으로 한달도 안돼 무려 5000만원이 뛴 것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선“문의는 많지만 그 가격에 실제 사려는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다른 중개업소에선 “당장은 거래가 쉽지 않은 가격이지만 팔리긴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담 삼익의 시공사인 롯데건설 관계자는 “재건축 완공시기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2021년을 목표로 하면 현대차 GBC 입주시기와 딱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인근 청담 홍실 아파트도 사정은 마찮가지다. 청담 삼익에 비해 재건축 진행 속도가 1년 정도 뒤져 있지만 일부 한강 조망권 단지들이 이번 서울시의 탄천 개발의 수혜자로 부각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올해 초 정부의 주택담보 대출규제 강화와 함께 잠시 주춤하던 강남 부동산 시장이 개포동 재건푹 바람과 영동대로 지하도시 개발 발표를 타고 다시 살아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재개발 추가분담금까지 더하면 영동대로 일대 재건축 아파트들의 분양가격은 3.3㎡ 5000만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40평 아파트가 가뿐히 20억원을 넘어서는 액수지만 개발호재가 있는 영동대로 주변이 반포나 압구정 재건축에 밀릴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청담 삼익은 2006년 부동산 시장이 절정에 올랐을 당시 전용면적 104㎡가 실거래가 14억원을 찍은 경험이 있다. 아직까지는 14억원에 호가만 형성됐을 뿐 당시 최고 신고가는 넘어서지 못한 상태다.
경기고와 봉은중학교 인근에는 1종 주거 단독주택 부지들이 있다. 시세는 3.3㎡당 3500만원에서 4500만원이지만 역시 매물이 없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 3.3㎡에 6000만원을 준다고 하면 팔겠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결국 안팔고 기다려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남쪽으로 대치동으로 넘어가 휘문고 인근 빌라촌도 가격이 들썩였다. 오래된 빌라 건물은 건물가격은 치지 않고 땅 가격만 산정한다. 6~8m 도로를 낀 2종주거지에 위치한 건물의 시세는 3.3㎡에 4000~4500만원 수준으로 월세 수입만으론 수익성이 나오는 매물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우려로 아직까지는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우위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전용면적 104㎡의 청담 삼익아파트 가격은 9억~9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단기간에 4억~4억5000만원이 급등한 것이다.
휘문고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건물들의 경우 매매가와 호가가 벌어져도 지난해 11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머리 끝까지 오른 느낌”이라면서도 “비싸다고 못사는 사람들은 계속 못사는게 강남 부동산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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