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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증권은 '위험자산 비중 축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17일 도하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 동결 합의가 실패해 국제유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커졌고 지난 3월 반등했던 주요국 제조업 지표가 혼조세로 전환됐다"며 "향후 위안화 절하 압력이 재개되고 엔화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어 2분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인 쿼터백은 최근 주식 20%, 채권 60%, 금·은·원유·농산물 20%로 구성된 2분기 포트폴리오를 내놨다. 지난 1분기(채권 80%, 주식 10% 달러·금 10%)보다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잡은 것이 특징이다. 채권 중에서도 미국 국고채 대신 신흥국 국채나 투자등급 회사채, 주식 중에서도 선진국 대신 아세안·남미 지역 신흥국 비중을 늘리라는 처방을 내렸다.
또 대표적 안전자산에 속하는 달러화 비중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조홍래 쿼터백투자자문 이사는 "최근 시장에서 쏟아져나온 각종 신호와 정보를 종합해 쿼터백 알고리즘 시스템이 내린 처방"이라며 "아마도 지난 3월 이후 글로벌 악재가 사그라들면서 회사채나 신흥국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더 늘려야 할 타이밍이라고 로봇이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증권과 쿼터백이 이처럼 상이한 결과를 내린 것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아직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성은 객관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며 쿼터백의 분석을 아직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삼성증권이 애널리스트 의견을 종합해 자산배분 비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도 있다.
로봇과 인간의 대립은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 의견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달 28일 잠정실적을 발표한 유한양행이 대표적이다. 실적 발표 다음날 애널리스트들은 총 8개의 매수추천 리포트를 내놨다. 중립이나 매도 의견을 가진 리포트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유안타증권의 종목추천 로보어드바이저인 티레이더는 같은 날 유한양행에 대해 과감하게 매도 의견을 내놨다. 예상됐던 실적이 나옴에 따라 차익을 실현하는 '큰손'들이 증가했고 이러한 흐름을 포착한 티레이더가 매도 신호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유한양행의 종가는 30만6500원이었지만 지난 4일 28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만에 유한양행 주가가 6.9% 하락한 것이다. 이 기간 유한양행의 주가 움직임만 놓고 보면 티레이더의 신호가 좀 더 정확했던 셈이다. 티레이더는 유한양행뿐만 아니라 2000여 개에 달하는 코스피·코스닥 종목 중 약 35%에 달하는 700개 종목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대해상과 하이트진로 등에서도 로봇과 인간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티레이더는 지난달 18일 이후 현대해상에 대해 매도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 한국 등 18개 증권사는 같은 기간 현대해상에 대해 매수추천 의견을 내놨다. 중립 의견은 삼성증권뿐이었다. 이 기간 현대해상 주가는 3만4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2.9% 하락했다.
롯데푸드의 경우 티레이더는 지난 3월 22일 이후 매도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6명의 애널리스트는 매수 의견을 냈다. 동부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만이 보유 의견을 제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