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인 안진회계법인의 5조원대 손실을 추가 반영하면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좀비기업’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2012년부터 4년 연속 마이너스(-)인 것으로 드러나 올해 7월까지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실시하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4조2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지원에도 수주 가뭄이 지속되고 있어 정부와 채권단은 이르면 오는 6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율협약(채권단공동관리) 개시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정상화 방안을 전면 재수립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규모 인력·설비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자율협약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와 채권단의 이같은 방침은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안을 수립하면서 전제한 가정들이 들어맞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2019년까지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개념으로 지원하기로 결의하면서 올해 100억달러 수주를 전제했다. 이런 계획은 예년에 비해 무리한 목표는 아니었다. 대우조선 수주액은 ▲2011년 143억 달러 ▲2012년 142억 8000만 달러 ▲2013년 136억 달러 ▲2014년 149억 달러 ▲2015년 45억 달러였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조선 불황이 지속되면서 가정은 실현되지 않았다. 채권단은 지난달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에 운영자금지원과 유상증자 형태로 3조210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올해 들어 루마니아 자회사인 망갈리아 조선소가 수주한 물량을 가져온 것 외에는 수주가 사실상 제로(O)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26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수주부진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권고 대상을 추리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자율협약 등 구조조정 절차 돌입이 불가피해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2013년·2014년 실적은 원래 흑자였지만 안진회계법인의 최근 실적 정정에 따라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까지 가세해 대우조선해양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미만 대열에 올랐다. 신용위험평가 대상을 구분짓는 또다른 기준인 ‘3년 연속 영업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에도 대우조선해양은 해당된다. 2012년 지표까지 감안하면 4년 연속이다.
금융당국 일부 실무진은 “대우조선해양은 회계법인의 실적정정 이슈와 무관하게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 기준에 따라 이미 지난해초 엄격한 신용위험평가를 거쳤어야 하는데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쳤다”고 토로했다.
대우조선 측은 자율협약을 체결하게 될 경우 해외 발주처들이 사실상 디폴트로 간주해 계약을 취소할 트집을 잡히게 될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저유가·글로벌 경기 침체로 선주들은 기회만 되면 계약을 취소하거나 인도를 연기받으려하고 있다”며 “이런 구실을 우리 측이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율협약 체결을 사실상 부도로 여기고 선주들이 채권단에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rantee)을 요구해올 수 있어 채권단 부담이 커진다”며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지난해 자율협약이 아닌 경영정상화 계획을 세운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제까지 지원액은 주로 회사채 등을 상환하는데 쓰였으며 당초 계획대비 초과 지출하지는 않았다”며 “영업실적에 따라 한도까지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 측은 수주 잔고가 ‘조선 빅3’ 중에 가장 많기 때문에 추가 수주가 없이도 최소 2년을 버틸 수 있는 물량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업체별 수주잔고는 ▲대우조선 118척, 783만 CGT ▲현대중공업 95척, 451만 CGT ▲삼성중공업 81척, 440만 CGT 등이다.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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