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들이 구조조정에 직면한 조선사에 대해서 ‘정상’ 판정을 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조선업종이 갖는 기간산업으로서의 특수성 때문이다.
해당 기업 여신이 부실채권화되면 신규 수주가 막히거나 정상적인 가격 협상이 불가능해 결국 기업 회생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기간산업으로서 반드시 살려야하는 업종인만큼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은 자산건전성 분류를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채권은행들은 이미 증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올해 4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1척의 수주실적도 기록하지 못했다. 최근 악화한 재무상황이 해외에까지 알려지면서 주문사들이 ‘가격 후려치기’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8일 “빅3의 가격협상력이 악화되면서 저가수주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그렇다고 저가 수주를 하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에 거절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산건전성을 요주의나 고정이하로 분류하면 선박 수주 자체가 힘들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 방향이 불확실한 것도 원인이다. 조선업체의 경우 빅3의 ‘스몰딜’이라는 방향성은 나왔지만 이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채권은행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을 고정이하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아야하는 입장이지만 규모나 시기에 대해서는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에 어떻게 구조조정을 조치하겠다는 정책 당국의 의사결정이 채권은행의 자산건전성 분류에 영향을 미치는데 현재로서는 은행들이 (구조조정 방향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은행도 자산건전성을 분류할때 정무적인 판단에 의해 움직이며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해서는 금융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책은행이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퍼주기식 자금 지원 여파로 현재 부실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 국면에서 은행이 ‘충당금 폭탄’을 맞게되면 금융권 전
일각에서는 자산건전성을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산건전성 분류가 미래의 상환능력 평가를 통해 미리 손실을 대비하면서 단기간 대규모 부실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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