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건전성 분류는 금융감독원 지침에 따라 채권은행이 가계대출이나 기업대출을 정상(normal)과 요주의(precautionary), 고정(substandard), 회수의문(doubtful), 추정손실(estimated loss) 등 5단계로 추리는 작업을 뜻한다.
정상, 요주의가 넓은 의미의 정상여신이고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은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금융권에서 부실채권을 ‘고정이하여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기업대출 기준 정상여신은 최소 0.85%, 요주의는 7%, 고정과 회수의문은 각각 20%와 50%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추정손실은 100%다.
향후 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이 적어도 이만큼은 된다고 보고 미리 손실로 잡아두자는 얘기다.
전통적인 자산건전성분류 기준은 연체, 부도 여부다. 연체가 없거나 1개월 미만 여신은 정상, 1~3개월 범위 연체 거래처의 자산은 요주의로 각각 분류된다. 3개월 이상 연체가 있는 채권은 고정이하여신이다. 부도기업 여신 역시 고정이하여신으로 간주된다.
또다른 분류 기준은 채무상환능력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연체나 부도 같은 전통적인 잣대보다 미래의 상환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을 주문해왔다.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지침(은행감독규정)은 모호하다. 예컨대 채무상환능력이 양호하면 ‘정상’이고 향후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이 있으면 ‘요주의’다. 채권회수에 상당한 위험이 발생한 여신은 ‘고정’, 위험이 심각하면 ‘회수의문’이다.
은행의 자체 신용평가 역량과 의지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채권은행들의 자산건전성 분류 실태는 미래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거리가 멀다. 매일경제신문 조사 결과 채권은행들은 지난 4일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 8곳 중 7곳 자산건전성을 부실채권이 아닌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자보상배율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1을 밑도는 데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12년 이후 4년 연속 마이너스(-)인데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 조선사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영업이익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다는 것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 기업은 대출이나 외상을 빼고 실제 선박 수주·인도로 벌어들인 돈보다 쓴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이자보상배율(3년 연속 1 미만)은 물론이고 영업활동현금흐름까지 신용위험평가 대상 수준인데 ‘정상’ 판정을 받고 있다.
2010년부터 6년째 채권단 슬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성동조선에 대한 여신(요주의) 역시 수출입은행에게는 부실채권이 아닌 상태다. 한진중공업 여신도 요주의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분류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차원에서 정상화를 결의했고 연체나 부도사실이 없기 때문에 정상 여신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금융감독원 특수은행국 팀장은 “대우조선해양은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 상태가 아니고 연체도 없으니 명시적인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은행이 채무상환능력을 판단해서 할 일이고 감독당국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로 국책은행인 채권은행 지원으로 연체나 부도를 잠시 막아주고 있을 뿐인데 해당 여신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지 않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며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 등이 모두 ‘정상’ 판정을 내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실이 가시화된 이후 때늦은 자산건전성 재분류는 국책은행의 급격한 부실채권비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말 현대상선의 자율협약 개시를 준비하면서 뒤늦게 이 회사 여신을 고정 여신으로 분류해 부실채권비율이 급증했다. 수출입은행은 자본금이 9조원에 불과하다. 지원회사 손실을 반영할 땐 자본잠식마저 불가피하다.
시중은행 타격도 불가피하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해운·조선업종 부실여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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