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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심각한 것은 금융권 여신이다. 중국 은행권 총자산의 16%에 달하는 자금이 이런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로 구성돼 있다. 이 대출 중 60%가 부실해진다고 가정하면 중국 경제 규모(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하는 7600억달러(약 860조원)의 부실자산이 출현하게 된다. 한국 GDP의 절반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올해 중국 증시가 연초 이후 16% 떨어지면서 전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중국 은행 시스템은 아직 건재하다. 이론적으로 은행들의 2년간 세전이익을 모두 모으면 현재 수준의 부실자산은 모두 정리할 수 있다. 은행이 자본을 확충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여기 필요한 재정 여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그동안 누적된 불균형이 워낙 커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을 초래할 수있다.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 기업이 지난해 19개사였는데, 올 들어 4개월 만에 벌써 11개사에 달했다. 중국 회사채와 주식시장은 선진 금융시장처럼 성숙한 시장이 아니다. 즉 기업 신용 구조조정 문제가 부각되면 신용위험이 급작스럽게 시장 가격에 반영돼 은행 부실자산에 대한 우려가 금융 시스템 전체로 삽시간에 번져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거꾸로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강조할 때에도 위험은 상존한다. 부동산·상품 가격이 급등해 중국 신용버블 붕괴에 대한 염려를 키우기 때문이다. 또 경기 회복을 위한 통화완화 정책이 위안화 약세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면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나타나는 것도 문제다.
위안화 약세로 달러표시 부채상환 부담이 커질 것을 염려한 중국 현지 기업들이 달러화 부채를 빠르게 청산하면서 중국의 외환보유액 급감 문제가 불거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경제 구조조정과 당국의 매끄럽지 못한 대응은 필연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와 회피 경향은 반복적이지만 불규칙하게 나타날 것이다.
예컨대 부동산 투자가 되살아나면 일시적으로 유가 등 상품 가격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와 함께 늘어난 신용에 대한 긴축 우려가 대두되면서 원자재 등 위험자산 가격은 금세 다시 조정받을 것이다. 반대로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상품 가격이 떨어지면 원자재에 기댄 신흥국의 신용위험으로 이어져 위험자산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곧 저물가에 따른 통화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위험자산 가격은 반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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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과 시장 간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시장 참여자들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권영선 노무라 수석 이코노미스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