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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단계에서 해운사 경영정상화를 위한 가장 큰 관건은 용선료 인하 협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1월부터 용선료 협상을 해온 현대상선에 대한 최종적인 (용선료 관련) 제안서를 이달 안으로 용선주들에게 통보할 계획”이라며 “이때 제안하는 협상 시한까지 용선주들이 답을 주지 않으면 (용선료 인하에)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후속조치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여기서 후속조치는 현대상선의 법정관리행이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시한이 5월 안으로 전망되고 한진해운 역시 자율협약 개시 여부와 무관하게 은행빚 1700억원에 대한 만기가 돌아오는 6월까지 용선료 협상 타결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결국 6월까지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 양대 해운사 중 한 곳의 법정관리 ▲ 두 해운사 모두 경영정상화(자율협약 졸업) ▲ 두 해운사 모두 법정관리 등 세 가지로 좁혀진다.
진행상황에 따라 양대 해운사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종룡 위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합병 방안 논의는)현시점에서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양사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게 되면 해운산업 상황과 채권회수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두 회사중 한 곳만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할 경우 1곳으로 통폐합될 가능성이 크다. 막바지에 다다른 현대상선이나 이제 막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 중 한 곳이 극적인 용선료 인하와 사채만기 연장에 성공하는 경우다.
이 경우 두 회사 중 한 곳이 추가적인 경영정상화를 거쳐 자율협약을 졸업한다. 용선주와 사채권자, 은행채권단의 채권은 모두 출자전환된 후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일종의 주주협의회의 일시적인 지배체제에 들어간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또다른 해운사는 법정관리와 청산을 거쳐 남은 자산을 생존 해운사에 넘기는 시나리오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해운사가 전체 선박의 60% 달하는 용선을 모두 반납하고, 담보대출이 걸려있는 상선도 뺏겨 그야말로 중소선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
현재로선 1월부터 용선료 협상에 나선 현대상선의 생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아직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 협상도 초기단계이고, 사채권자 집회는 3주 전에 공지가 돼야하는데 아직까지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아무리 빨리 개최해도 5월 말~6월 초에 한차례 사채권자 집회를 열 수 있다”며 “이때 실패하면 사실상 재도전의 기회는 없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해운업계가 역동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두 회사가 모두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 만기에 성공해 자율협약을 졸업하는 경우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두 해운사가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을 한다면 재기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두 회사가 모두 산업은행 자회사 체제를 일시적으로 거쳐 합병도 추진될 수 있고, 별도로 경영정상화를 추진한 후 개별적으로 매각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과정에서 합병된다면 선복량 기준 글로벌 해운사 순위 5위까지 올라설 수 있다”며 “현재 얼라이언스 재편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지만 이 경우 얼라이언스 내에서도 영향력이 큰 해운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악의 상황은 두 회사 모두 바로 용선료 협상에 실패해 두 해운사가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해운업계 타격은 물론이고 국내 무역업계 등 전체 경제계에도 천문학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5위권이던 한국의 영향력은 순위권 밖으로 밀리게 된다. 해운동맹에 포함된 국적선사가 사라지면서 중국과 일본 해운사에 신세를 져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선주협회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모두 법정관리에 돌입해 국적선사가 모두 사라질 경우 피해액이 약 19조원에 달
금융당국과 채권단 역시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 일종의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플랜B도 대비는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채무조정을 성사시키는 방향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윤진호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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