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청년 임대주택 대량 공급 시범사업지인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인근 전경. [김호영 기자] |
은행 PB센터 관계자들은 "역세권에 건물이나 땅을 보유한 자산가들이 팔겠다고 내놓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달아오른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업계에선 용적률 상향 등 개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각종 규제를 푼 서울시의 이번 역세권 고밀도 개발안이 지난해 5월 도로사선제한 규제 완화 이후 또 하나의 개발호재로 보고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도로사선제한이 폐지되면 신규 건축이 늘어나 연간 1조원 이상 투자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신정섭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부동산팀장은 "철도가 2개 이상 교차하는 합정, 이수, 왕십리 등 '더블 역세권' 지역과 유동인구가 많은 사당, 홍대입구, 교대, 선릉역 등에 자산가들 관심이 높다"면서 "임대 공실 위험이 없고 8년 뒤 분양 전환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어야 하는 용지 선택이 사업성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자문팀 차장은 "역세권 건물을 찾는 수요는 많지만 기존 지구단위개발 계획 등으로 묶여 있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단독 개발이 쉽지 않다"며 "강남에서도 신설된 9호선 3종 일반주거지역이 관심지"라고 전했다.
중소형 빌딩 시장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비력이 왕성한 20·30세대 고밀도 임대주택이 들어서게 상권이 형성돼 주변 상가 건물 매출이 함께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서울시의 역세권 고밀도 개발에 대해 시행사들 반응은 일반 개인보다 더욱 적극적이다. 용적률이 기존 200~250%에서 최대 800%까지 상향되면 사업성이 대폭 개선되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인 시행이 토지매입-건축-분양(매각) 절차를 밟았다면 이번 제도는 최소 8년간 준공공임대를 해야 해 어느 정도 자금력을 갖춘 시행사에서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역세권 고밀도 개발 대상지에 이미 건물이나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행사들이 개발에 뛰어들기에 적정한 땅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이미 땅이나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격 상승분을 미리 개발지에 반영해 고밀도 개발 혜택을 다 가져가는 구도"라고 평가했다.
서울시가 시범사업 용지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발표만 서두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임대 주택을 넣는 조건으로 추진 중인 충정로역 시범사업지는 땅 주인 의지는 확인했지만 아직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역세권 2030주택 개발 발표 이틀 후인 25일 서울 전역 291개 역세권과 신설 예정인 역세권 일대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종합 개발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고밀도 개발에 따른 효과가 기대되는 대상지를 선별해 대상지별로 실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사업모델까지 포함하는 역세권 개발 종합 패키지를 연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투기세력 차단이 관건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역세권 개발 '시프트'는 땅값만 올린 채 개발은 못한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2030 고밀도 개발을 3년간 한시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용지 매입 이후 3년 이내에 개발해야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개발계획이 공개되면서 땅값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기존 건물주들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청은 2014년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 주차장 용지 확보를 위해 인근 빌라단지 매입을 계획했으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 일부가 감정가를 수용하지 못하고 주차장 건립을 반대해 무산됐다. 감정가는 주민들이 원하면 구청에 등록된 감정평가 기관 2곳과 주민이 원하는 기관 1곳에서 감정해 결정된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당시 전용면적 91.49㎡ 1곳을 표본감정해 감정가 5억200만원이 나왔는데 반대하는 주민이 10억원을 주면 팔겠다고 해 그 이후 감정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세권 고밀도 개발이 공공, 준공공 임대주택
[김기정 기자 /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