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 대상을 현행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확대하는 법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대폭 후퇴했다. 외부감사는 유한회사까지 확대하되 공시 의무는 면제해 주기로 함으로써 이미 유한회사로 전환한 기존 명품 외국계 기업들에 대해서는 '깜깜이 실적'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입법 예고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 시행세칙 개정안을 심사한 결과 과잉 규제로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유한회사인 샤넬 구찌 등 한국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경영정보는 여전히 알 수 없게 됐다. 행정규제기본법상 규개위에서 철회 권고가 나왔다면 정부 부처는 같은 안건을 다시 올릴 수 없다. 규개위 관계자는 "이 안건은 예비심사에서 사회적으로 영향이 큰 규제로 논의된 안건이라 원안 그대로 가긴 힘들었다"며 "유한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규제 대상자 수가 많고, 국제적으로 비상장사에 대해 공시를 강제하는 나라가 없는 점도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시 의무 없이 외감 대상만 확대하는 것은 현행 외감법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회계 관계자는 "외국계 유한회사들은 이미 본사가 감사를 받을 때 연결기준으로 같이 감사를 받고 있다"며 "핵심은 외국계 기업도 공시를 하게 해 유한회사라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공시를 하는 국내 기업들과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날 규개위에서는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 대표에게 책임을 더 철저히 묻도록 한 '회계법인 대표 징계안'도 무산됐다. 원안은 부실감사 회계법인 대표 징계안을 포함해 분식회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회계법인에 대해 감사보수 세 배까지 과징금을 물리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