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에 참석한 사업부장들이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을 약속하는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석 사장(VD사업부장), 서병삼 부사장(생활가전사업부장), 김기호 부사장(프린팅솔루션사업부장), 전동수 사장(의료기기사업부장), 김영기 사장(네트워크사업부장) |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대변되는 신경영 선언을 했다. 이후 삼성은 20여년 간 매출과 브랜드 가치 등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고 글로벌 일류기업의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휴대폰 시장은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우뚝섰고 반도체, TV 등 IT 전반에서 확고부동한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23년이 지난 올해 3월 24일 삼성전자는 또 한번의 변화를 시도한다.
스타트업(Start Up) 기업의 실행력과 소통문화를 조직 전반에 뿌리 내리기 위한 ‘컬처혁신’을 선포한 것이다. 이같은 선포는 ‘새로운 시대의 삼성’을 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의 삼성전자는 ‘조직의 힘’이였다. 치밀한 체계와 효율적인 관리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삼성전자는 다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신생 벤처기업처럼 자율성과 창의적 사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갖추겠다는 의미다.
특히 삼성의 수직적인 문화가 앞으로 삼성전자를 이끌어갈 지금의 20~30대 젊은 글로벌 인재들에게 기존 문화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이같은 결정에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현재 글로벌 IT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과 구글의 경쟁, 중국 기업들의 맹추격 등 여의치 않은 상황도 이번 혁신 문화 선보인 또 하나의 배경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매출 2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에도 201조원으로 4년 연속 기록을 이어갔다. 하지만 분기별 영업이익은 다소 불안하다. 2012년 3분기 4조600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후 4분기 연속 증가했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5조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실적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고속 성장을 해온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스마트폰의 부진을 반도체가 이끌어 왔지만 최근 중국이 3D낸드 시장에 뛰어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도 이를 인식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려고 현재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바꾸더라도 기존의 권위적인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 체질개선은 어렵다고 삼성은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선포식에서 발표한 ▲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 업무생산성 제고 ▲ 자발적 몰입 강화 등 ‘3대 컬처혁신 전략’을 수행한다. 이같은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 직급 단순화 ▲ 수평적 호칭 ▲ 선발형 승격 ▲ 성과형 보상 등 4가지 방향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수립해 오는 6월 중 발표하기로 했다.
우선 직급 단순화와 관련 삼성전자는 현재 경영지원·일반관리·기타 스태프 직군에서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5단계인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는 한편 팀장 체제를 확대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연구개발(R&D)·엔지니어·디자인 등의 직군에서는 사원-선임-책임-수석으로 이어지는 4단계 직급 체계를 쓰고 있다. 인사평가 체제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연공서열보다는 철저하게 능력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평가방식을 바꾸는 방
삼성전자에서 이같은 스타트업 조직문화가 뿌린내린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 다른 전자계열사는 물론 그룹 내 타 계열사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뉴스국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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