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추가인상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임에 따라 한국은행을 향한 금리인하 압박도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국내 경기가 수출급감과 내수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더욱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는 외국인 자본유출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반대논리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 중앙은행이 최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고 논란 속에서도 이 정책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한은으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가 확고하게 매파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데다 금융통화위원 교체시기를 맞는 한은이 단기간에 정책방향을 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금으로선 좀더 우세하다. 이 총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금리수준이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불안한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하는 등 올해들어 꾸준히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뜻을 피력해왔다. 한은은 9개월째 1.5%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상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천천히 올릴 것이란 시나리오는 이미 예상됐던 것이고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를 확인해준 차원”이라며 “당분간 미국 금리보다는 국내 경기침체 정도가 기준금리 결정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따라 우리나라 채권값도 오름세(금리 하락)를 보였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대비 0.027%포인트 하락한 1.515%에 마감됐다.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일수록 금리가 더 떨어졌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0.044%포인트와 0.050%포인트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채 3년 선물을 4200계약, 10년 선물을 800계약 이상 매수하면서 시장 강세를 이끌었다.
한결 부드러워진 미국 연방준비제도 방침에 따라 우리 채권시장은 ‘안도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성장률 전망치 하향이 이루어지면서 그간 상승세를 거듭하던 미 국채 금리가 방향을 바꿔 하락할 것”이라며 “국내 채권시장 역시 이런 흐름에 동조해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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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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