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은행권에 입사한 신입사원 A씨는 ISA 출시를 앞두고 혹독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ISA 판매를 위한 펀드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밤을 새우는 것은 기본. 더욱이 ISA 할당 50건을 채우는 것은 만만찮아 산넘어 산이다. 결국 A씨는 가족, 친척, 친구, 대학동기까지 총동원해 예약가입을 해달라고 조르고 있다.
#월급통장을 만드는 업무차 은행을 찾은 B씨는 얼떨결에 ISA에 예약가입했다. 창구 직원이 “나중에 꼭 가입을 안해도 되니 예약만 해달라”며 통사정해 못이긴척 들어줬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4일 출시까지 겨우 사흘 앞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예약가입을 놓고 여전히 뒷말이 무성하다.
신입직원에게 무리한 ISA 할당 요구로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묻지마’식 예약가입을 종용하거나 내방객에게 무차별적으로 권하는 등 도를 넘은 판매경쟁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불완전 판매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은행 지점은 확정하지 않은 ISA 수수료율을 예약가입자들에게 마치 확정 수수료율인 것처럼 안내하거나, “무조건 예약가입하면 유리하다”는 식의 영업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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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가운데)가 금융위원회 앞에서 ISA 제도 보완 후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
ISA 예약가입이 이처럼 과열양상을 보이는 배경에는 시장 선점에 따른 효과가 가장 먼저 꼽힌다. 1인 1계좌로만 가입할 수 있고 한번 가입하면 의무적으로 3~5년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주거래고객을 한동안 잡아둘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금융권은 기대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간 경쟁이 심화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만능통장’이라는 불리는 비유처럼 ISA에 대한 혜택이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있는 점도 과열경쟁에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가 원금손실 우려가 있음에도 “국민 재산을 늘리기 위한 ISA”라는 정책성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행태를 금융권에서는 꼬집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금의 상황을 초래한 원인에 대해서는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며 “은행권을 떠나 증권업계와도 싸우는 이 형국을 초래한 원인이 있는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금융개혁 성과에만 집착해 일방적으로 ISA 도입을 추진한 데 따른 부작용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것은 ISA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다. 금융상품의 특성상 불완전 판매는 금전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익히 동양사태, 연초 시장을 휩쓸었던 ELS 사태 등을 통해 드러났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ISA를 지금과 같이 어설프게, 허술하게 준비해 시행하면 시장과 소비자의 혼란이나 피해가 확실하다”며 “제도와 소비자 보호 대책을 보완 후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촉구했다. 금소원은 현재 ISA 불가입 운동을 전개중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14일 예정대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견지하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란
연 2000만원 납입한도 안에서 예적금·펀드·파생결합증권과 같은 다양한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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