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주년 맞은 한국거래소 ◆
가장 큰 이유는 정보기술(IT) 혁명이다. 디지털 소매업 등장으로 오프라인 상점들이 사라져가듯이 거래소 업계에도 개인 간 직거래가 나타나고 국경을 뛰어넘는 강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거래소 수익의 주된 기반인 매매체결을 통한 브로커리지 수익은 점점 줄어들고 신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경수 이사장은 "거래소의 전통적인 사업영역에서 탈피해 장외플랫폼, 블록체인 등 새로운 먹거리와 시장 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거래소=시장'이던 시대를 넘어서 시장 서비스기업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 변화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아직 거래소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거래소들과 지분교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좇으려면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상장이 시급한 과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시장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 끝낸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법률 개정안이 1년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극적으로 통과되지 못하면 19대 국회에서는 폐기처분될 위기에 몰려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도 한국거래소가 향후 60년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거래소가 앞으로 60년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민영거래소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가장 시급한 현안이 지주회사 전환과 상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영 거래소가 향후 60년 성장의 발판이 돼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해외시장과 경쟁해야 한다"며 "새로운 IT를 활용해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시장 조성자 역할 등 다양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영석 한국증권학회장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거래소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등 글로벌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한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우선 증권회사 위주의 현 주주구성을 벗어나 민간회사의 다양한 주주 형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상장한 해외 거래소들도 빠르게 주주구성을 바꿔 나가면서 민간 기업으로서 성장을 이끌어나갔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을 보면 거래소 위주의 공적자본시장보다 민간 주도 사적자본시장이 더 커지고 있는 상태"라며 "한국거래소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영 자율성을 좀 더 높이고, 조직구조도 효율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예경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