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로 원샷개발 갈등을 겨우 봉합한 서울시와 강남구가 서울시내 개발과정에서 나오는 기부채납 건물 관리를 두고 또다시 불편한 관계로 들어갔다. 서울시가 서울시내 민간 개발이익 환수용으로 받는 기부채납 건물의 관리청을 ‘서울시’로 정하면서 시와 자치구간 갈등 조짐까지 일고 있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회관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바뀌게 됐다. 지난해 말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용도 변경 후 재건축하는 지구단위계획이 심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용적률이 기존 250% 이하에서 최대 400%까지 올라가고 대신 최고 11층으로 새로 짓어지는 건물의 지하 3층과 지상 1~3층 총 3838㎡을 기부채납해야 한다.
문제는 이 기부채납 받은 건물을 누가 관리하는가를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건물은 관리청 지정에 대해 별도 규정이 없어 구청에 기부채납돼 왔다. 이번에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심의 결과를 밝히면서 “건축물 기부채납의 관리청은 서울시로 한다”고 못박고 “공공기여 세부계획도 시의 관리부서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명시한 게 갈등의 빌미가 된 셈이다. 기부채납된 건물 관리청을 서울시로 지정하는 것은 전례가 없어 논란거리다.
테헤란로 부활에 정성을 쏟는 강남구는 한국과학기술관 기부채납 건물에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팁스(TIPS)타운’의 입주를 계획해왔다. 최근 네이버의 ‘D2스타트업 팩토리’, 구글코리아 ‘구글캠퍼스’ 등 청년 창업 시설이 잇달아 둥지를 튼 데 고무돼서다. 그러던 게 이제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장년층 인생재설계를 돕는 ‘50+센터(이모작지원센터)’ 개설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서울시는 이미 기부채납 건물 관리청을 ‘서울시’로 지정하는 내용의 지침을 확정하고 세부 계획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 마련에 들어갔다. 아직까지 국토법 등에는 기부채납 건물에 대해 ‘시설을 관리할 관리청에 무상으로 귀속된다’고 규정돼 있을 뿐 건물 주인 지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기부채납 건물은 사실상 ‘무주공산’이었던 셈이다. 이로 인해 그간 민간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기부채납 건물은 관할 구청이 소유하며 운영·관리했다.
서울시가 만드는 가이드라인엔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에 따라 기부채납되는 공공시설의 관리청은 결정권자인 서울시를 원칙으로 하고 위원회에서 인정하는 경우 예외로 할 수 있다’는 표현이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이에 맞춰 지구단위계획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등도 개정할 계획이다. 이런 시도는 전국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가 처음이다.
재건축 등 개발 사업에서 층수를 올리거나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혜택을 받으면 민간사업자는 기부채납을 해야한다. 기부채납의 80% 이상은 도로와 공원이었다. 서울 전역에 도로망이 거의 다 깔리고 공원 수가 늘어난 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도로나 녹지 대신 건물 기부채납을 늘리는 내용의 ‘기부채납 공공시설 통합관리시스템’을 내놨다. 그 이면에는 기부채납된 건물 관리청을 서울시로 하는 방안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자치구는 기부채납 건물의 운영계획이 미비하거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가 미래재산인 기부채납 건물을 통합 관리하면 공공성을 높이고 지역별 수요에 맞춰 다양한 시설의 공급과 운영·관리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치구는 반발하고 있다. 사업성 부족 등으로 민간 개발이 사실상 멈춘 강북권과 달리 강남권은 크고 작은 개발 사업이 많아 기부채납으로 건물이 나올 가능성이 커서다. 앞으로 기부채납 건물은 창업지원센터, 50+캠퍼스, 가족지원센터, 아동청소년 예술교육센터 등 시의 정책 달성을 위한 공공시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건물에 대한 구청의 운영 계획이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구청 입장에서는 ‘독소 조항’으로 비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민간 개발 사업지와 주변 여건에 따라 기부채납의 종류와 성격이 다양할 수 있어 법에서는 관리청을 따로 지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건물의 관리청을 두고 시와 구청이 법적 다툼을 벌일 경우 지금까지 주로 구청에 기부채납된 점 등을 미뤄봤을 때 법원은 구청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적잖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취지를 살리려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구청과의 협의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삼성동 옛 한전 용지처럼 1만㎡ 이상 개발의 경우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대상이어서 기부채납에 대해 사업자와 시, 구청이 협의를 진행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사업자는 사업 기간이 곧 비용인데 시와 자치구간 갈등이 생기면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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