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안전자산 쏠림에 연초부터 급락했던 신흥국 통화와 증시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더라도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될 때 오를 만한 증권·기계·조선·철강업종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2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신흥국 증시를 따라가는 MSCI 이머징지수는 1주일 전보다 1.2% 오른 74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MSCI 전 세계지수와 선진국지수가 0.1%와 0.2% 하락한 가운데 이머징만 나홀로 상승한 것이다. 기간을 최근 한 달로 넓혀도 MSCI 이머징지수 상승률은 4.8%에 달해 0.3% 오르는 데 그친 선진국 지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지난 한주간 1.5% 상승했던 한국 코스피를 비롯해 태국(3.3%) 터키(1.7%) 브라질(1.1%) 대만(0.8%) 러시아(0.3%) 등 신흥국주가지수가 일제히 상승한 덕분이다. 국제 유가 급락, 중국 위안화 절하, 유럽 은행부실 등이 한꺼번에 겹치며 투자자들에게서 외면받았던 신흥국 주식이 연초 부진을 만회하는 모양새다.
연초 줄줄이 추락했던 MSCI 신흥국 통화지수 하락세도 멈췄다. 올들어서도 통화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지난해 4월 말 고점 대비 9.3% 하락했지만, 1월 중순 저점과 비교하면 2.2% 반등한 상태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는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달러 변동성이 진정되고 신흥국 통화는 더 오를 것”이라며 “이는 신흥국 증시와 코스피 반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신흥국 통화와 상관관계가 높은 증권 기계 조선 철강업종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4월 말부터 신흥국 통화지수와 코스피간 상관계수는 0.91에 달했고, 4개 업종과의 상관계수는 평균 0.97에 육박해 동조화 경향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소재·산업재 업종 대형주가 중소형주보다 글로벌 경기와 금융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신흥국 증시반등이 추세적이라고 아직 낙관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신흥시장 내에서는 국가 펀더멘탈이 크게 훼손된 중남미나 작년에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던 동유럽보다는 아시아 증시를 중심으로 단기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유가 급락이 진정되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뿐 신흥국 자산의 구조적 리스크는 남아있다”고
동일권 라자드자산운용 대표는 “홍콩 등 외국계 펀드매니저들이 한국 수출 대형주에 대해 단기 트레이딩은 하지만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 않다”며 “주가가 당분간 반등하더라도 기간을 짧게 보고 차익 실현할 수 있어 코스피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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