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유럽계 증권사인 크레디트스위스의 임경근 주식영업부문장은 "입사한 이후 아시아 외환위기, 대우그룹 부도, 신용카드 사태, 리먼쇼크에 이어 5번째 맞는 위기 상황이지만 예전만큼 외국인들 사이에서 무차별 투매 현상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 들어 전 세계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지만 한국 증시에서는 급락할 때마다 배당주나 경기방어주 위주로 매수 주문을 내는 등 덜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임 부문장은 "한국 기업들은 조선 건설을 제외하면 심각한 어닝쇼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양적완화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갖힌 것도 아니다"며 "중국처럼 통계 불투명성 문제나 공급과잉 문제가 심하지 않고 러시아나 브라질처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상당수의 외국인은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글로벌 신흥국 펀드에서 한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7.7%에서 10.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러시아 증시의 비중이 각각 11.4%에서 5.5%로, 브라질 증시의 비중이 10.5%에서 5.6%로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한국과 더불어 최근 3년 동안 신흥국 펀드 내에서 투자 비중이 높아진 대만 인도 중국 등 4개국을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틱스(TICKs)'로 명명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펀드에서 틱스의 평균 투자 비중은 2012년 말 35%에서 2015년 말 50%로 크게 증가했는데 불과 3년 만에 평균 투자 비중이 15%포인트 늘어난 것은 매우 놀라운 변화"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틱스(TICKs) : 대만 인도 중국 한국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원자재 등 상품 무역에 강점을 갖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시대가 저물고, IT를 성장엔진으로 갖춘 신흥국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틱스'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