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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한은 안팎에서는 유럽에 이어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완화정책에 뛰어들면서 우리도 추가 완화정책을 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준금리 인하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설 연휴를 전후해 도이체방크를 중심으로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고조되면서 주식시장이 폭락했고, 이에 기준금리를 섣불리 인하했다가는 외국인 투자 자본만 빠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 이른바 금융 안정을 위한 동결론이다.
14일 매일경제신문이 물가와 성장을 고려한 적정 금리를 테일러준칙(Taylor Rule)을 통해 추산해 보니 올해 약 0.8%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테일러준칙은 미국 경제학자 존 테일러 교수가 제시한 통화정책 운용 준칙으로, 전기 물가상승률에 장기균형 실질 기준금리를 합산하고 여기에 인플레이션 갭(물가전망치와 물가목표치 간 격차)과 GDP 갭(성장률 전망치와 잠재성장률 간 격차)에 각각 가중치를 둬 합산 산출한다. 한은이 밝힌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4%로 중기 물가목표치인 2.0%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도 3.0%로 잠재성장률 3.0~3.2%를 밑돌고 있다. 물가와 성장만 감안하면 인하 가능성이 크다. 현 기준금리가 1.5%이므로 0.8%까지 낮춘다면 0.25%씩 세 차례 정도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은 테일러준칙만 갖고 기준금리를 검토하지 않는다. 현금이 넘쳐도 생산·투자·소비가 늘지 않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빠지자 '실업률 얼마, 인플레이션 얼마에 도달하면 금리를 올리겠다'는 식인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로 선회하는 추세다.
현재 한은이 성장과 물가만큼 중시하는 것은 금융 안정이다. 특히 한은 내부에선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 조치에 따라 기준금리를 급격히 낮추면 미국과 금리차가 확대되고 자금 유출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시장이 더 불안해질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 발언에서도 이런 우려가 묻어난다. 이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선진국 주가 폭락 등 불안정한 국제금융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금융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달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99%가 기준금리 동결로
[이상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