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출범한 증권투자형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열흘 만에 400명이 넘는 투자자가 8억원 이상 투자했고 5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이미 목표금액을 초과 달성했다. 유망 사업 아이템이 있는 창업기업엔 자금모집 기회를, 일반 투자자엔 소액으로 성장성 높은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이어준다는 크라우드펀딩에 기업과 투자자 모두 적잖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총 20개 기업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8억 5000만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투자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는 총 414명으로 1인당 평균 200만원씩 투자한 셈이다. 크라우드펀딩은 고위험·고수익 구조이기 때문에 일반 개인 투자한도가 기업 한곳에 200만원, 연간 총 5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20개 기업 중 5곳은 이미 모집 목표금액을 넘어서 완판했다. 30~40일간의 청약기간 동안 기업이 최초 설정한 목표금액의 80% 이상을 모으면 펀딩이 확정돼 중개업체로부터 실제 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80%에 미달하면 펀딩 절차가 취소되고, 청약자금을 투자자 계좌로 되돌려 준다.
모집 첫날 7000만원을 완판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은 마린테크노는 해양생물을 활용한 천연화장품 제조업체다.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화장품 선호로 이미 재작년부터 증시에서 화장품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고공비행중인 가운데 투자자들이 마린테크노의 성공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쉐어잡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기업 구인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준비중인데 1억원의 목표자금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화장품이나 모바일 등 최근 뜨는 업종에만 자금이 모인 것은 아니다. 수입차 대체부품을 제작·유통하는 디파츠나 낙상방지용 휠체어를 제작하는 와이비소프트, 재생 아스팔트콘크리트 기술을 가진 신선 등 제조업체들도 사업성이 높은 기업들은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했다.
반면 아직까지 자금이 거의 모이지 않은 기업들도 있다. 카이스트 출신 가수 김소정 소속사인 에스마일컴퍼니는 아직까지 200만원 밖에 자금이 모이지 않았다. 산업용 무윤활 방식의 회전축 밀폐장치를 제조하는 씰링크나 전세버스 예약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하는 버스야 등은 아직까지 투자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일부 투자자와 스타트업 사이에선 크라우드펀딩이 보다 발전하려면 투자편의를 저해하는 요인들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제외한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등 웹프로그램에서는 액티브엑스(ActiveX) 때문에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참여할 수 없다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고훈 인크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복잡한 증권대행 업무절차 때문에 크라우드펀딩을 포기하는 스타트업들이 나오고 있다”며 “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더 많은 기업에 투자하려면 점진적으로 투자한
■ <용어 설명>
▷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 창의적 아이디어나 사업 계획을 지닌 신생·창업 기업이 온라인에서 다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십시일반 자금을 모집하는 제도.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와 자금 모집을 의미하는 펀딩을 합성한 말이다.
[최재원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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