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최근 제출한 자구안을 바탕으로 현대증권 매각 방침을 세우고 이를 위한 일정 및 세부계획 마련에 돌입했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관계자는 "매각이 결정되긴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현대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을 가지고 채권단이 이번주부터 세부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구조조정을 위해 현대증권 매각을 결정하고 6월 일본계 PEF인 오릭스PE와 현대증권 지분 22.6%를 6475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대상선이 약 2000억원을 출자해 매각한 지분을 향후 되사올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과 콜옵션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킹딜 논란이 불거졌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이번에는 이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전략적 투자자(SI)에 매각 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대형 증권사를 PEF에 매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기는 분위기"라며 "대우증권 사례처럼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금융사가 인수하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KB금융지주의 경우 모든 증권사 매물에 대한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이번 인수전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현대증권 매각 때는 인수를 검토하지 않았지만,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몸을 만들어 놓은 만큼 현대증권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또 작년 오릭스PE와 함께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던 투자회사 파인스트리트그룹도 다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내부에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재매각 향방은 그룹의 의사결정에 달렸다"며 "그룹이 매각
■ <용어 설명>
▷ 파킹딜 :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민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되찾아오는 계약. 이 때문에 현대그룹은 오릭스PE와 체결한 매각 계약을 해지하고 매각을 잠정 보류했다.
[김효혜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