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내년 안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9개 금융공기업에서 같은 부서나 지점에 근무하는 과장·차장급 연봉이 30% 이상 벌어지게 된다. 또 성과와 무관하게 승진이 임박한 직원에게 높은 고과를 부여해온 인사관행을 바꿔 고객만족도에 기반한 개인평가가 본격화된다.
금융위원회는 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공공기관 성과 중심 문화 확산방안’을 발표했다.
대상 금융공기업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등 기타공공기관 4곳과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준정부기관 5곳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기업 성과연봉제 권고안 중 가장 강력한 수준을 이들 금융공기업에 적용하기로 했다. 먼저 노동조합 조합원인 차장·과장급에는 적용 의무가 없는 기본연봉 차등화 의무(평균 3%포인트 이상)를 금융공기업의 경우 적용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1·2급(부장·지점장)에만 적용되던 성과연봉제를 3·4급(부부장·차장·과장급)까지 적용시킨 것이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성과연봉제 적용대상이 1327명(전체의 7.6%)에서 1만1821명(68.1%)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전제는 개인평가 도입이다. 앞으로는 개인평가를 도입함으로써 동일 지점·부서 내 동일 직급 직원들끼리도 연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간 금융공기업과 민간 금융회사들은 지점·부서 단위 실적으로 개인의 실적을 평가받아온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예를들어 올해 갓 팀장(3급)이 된 금융공공기관 직원 A와 B가 있다고 가정하자. 두 사람의 기본급은 6720만원으로 같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연속으로 최고등급의 성과를 받은 A씨의 경우 기본급 상승분 200만원과 함께 성과급 3800만원을 받아 총 1억720만원을 받게된다. 하지만 최하등급의 성과평가를 2년연속받은 B씨는 기본급은 6720만원으로 A씨와 같지만 기본급 상승분 67만원과 성과급 1920만원을 받아 총 연봉 8707만원만 받는다. 결국 같은 직급인데도 성과에 따라 2013만원의 연봉차이가 생기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차장·과장 기준 향후 10년간 연봉이 많게는 943만원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금융위는 전했다.
더욱이 임금이 깎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임금 인상분이 2%인 올해의 경우 연봉 차등화 의무기준(평균 3%포인트 이상)을 적용하면 연봉이 줄어들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같은 금융위 권고안을 적용할지 여부는 개별 금융공기업의 노사협의에 달렸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성과주의 도입 강도와 속도를 토대로 ‘임직원 경영평가 성과급’ 규모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의 성과주의 확산 방안 도입 논의가 지난해부터 본격화하면서 금융공기업 경영진과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던 점은 개인평가의 적절성 여부다.
한 국책은행 과장(36)은 “묵묵히 제 자리에 앉아 실적과 연결되기 힘든 번호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또다른 직원이 VIP 고객을 유치하는 등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을 인사권자가 제대로 평가할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무분별한 성과주의로 불완전판매가 빈발하지 않도록 고객만족도 등 질적지표에 기반한 평가를 강화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관리자라면 여러 정황을 감안해 직원평가를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례기자간담회에서 “
금융공기업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됨에 따라 이 제도가 시중은행이나 다른 금융권으로 확산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정석우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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