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그룹들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해외시장에서 연 2조원대 이익을 내겠다며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금융회사가 등장했다. 국내 캐피탈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이 그 주인공이다.
캐피탈 회사는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면서 국내에선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위상에 머물고 있다. 이런 대우를 받는 캐피탈사가 해외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며 당차게 도전에 나선 것이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태영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연내 5개 해외거점을 추가 설치해 수년내 해외에서만 2조원대 이익을 내는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내부 목표를 수립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재 연간 4000억원 규모인 해외 이익을 수년내에 최대 2조원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며 “이를 위해 독일,러시아,인도,브라질,호주에 현지법인을 연내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미국,중국,캐나다,영국 등 4개 국가에서 현지법인을 운영중이다. 해외거점을 지원하기 위해 인사 마케팅 등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설립할 방침이다.
현대캐피탈이 목표로 잡은 2조원규모 해외 이익은 일본 도요타의 자동차금융 계열회사인 도요타파이낸셜이 해외 시장에서 연간 3조원대, 독일 폭스바겐의 계열회사인 폭스바겐파이낸셜이 연간 2조원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같은 목표치는 현재 국내 은행들이 거둬들이는 해외이익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은행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총 3억7760만달러(4560억원)로 집계됐다. 연간 실적으로 따지면 약 1조원 정도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는 계산이다.
현대캐피탈의 이같은 야심찬 도전은 1989년 미국에 첫 해외 법인을 세운 이후 핵심 사업인 자동차 금융이 해외에서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축적하며 탄탄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모그룹인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5위 완성차 제조업체로 부상한데 힘입어 미주와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주요시장 각 지역에서 자동차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09년 글로벌 위기로 도요타, 폭스바겐, GM(제너럴모터스) 등이 해외 금융사업을 축소했을 당시에도 현대캐피탈은 오히려 독일(2009년) 영국(2012년) 중국(2012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앞세워 해외 사업을 확장해 왔다. 어려운 시기에도 미래의 비상(飛上)을 꾸준히 준비해왔던 것이다.
현대캐피탈의 해외법인 영업이익은 2012년 3290억원에서 2013년 4118억원, 2014년 4835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지난해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와 자동차 시장 신규수요 감소에 영향받아 366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1년 실적에 일희일비 하지말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달라”며 직원들을 격려해 왔다.
금융계도 현대캐피탈의 도전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의 글로벌 도전은 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현대차그룹 전체 계열사의 사풍과도 무관하지 않다”며 “시도 자체만으로도 금융업계에 신선한 충격”이라고 밝혔다.
[채수환 기자 / 김덕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