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논의로 가격이 오른 `나 홀로 아파트` 신반포 한신20차. [이윤식 기자] |
A씨는 "인근 재건축 아파트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홀로 아파트들이 상대적으로 더 낡아 보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들 분양가 고공행진과 전세난 속에서 강남권 나 홀로 아파트들 역시 매매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인기가 높았다. '잠원중앙하이츠'는 126가구로 지난해 3월 8층 전용 60㎡가 5억7500만원에 매매됐는데, 같은 해 11월 같은 면적 9층 아파트가 6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한 해에 8000만원가량이 뛴 셈이다.
나 홀로 아파트는 통상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사이 좁은 땅을 활용해 지어진 1~2개동, 100가구 전후 아파트를 가리킨다. 대단지같이 큰 아파트의 70~80% 시세로 가격이 저렴한 장점은 있지만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시장에선 그간 외면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나 홀로 아파트들이 '백조'로 변신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강남 재건축 시장이 활성화되며 전세수요가 가격을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잠원동 브라운스톤(옛 이수아파트)은 83가구 나 홀로 아파트지만 2003년 입주가 시작된 이래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3억4000만원, 5년 전인 2011년 1월엔 7억7500만원, 현재 시세는 9억4000만원에 달한다.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센트럴시티, 신세계백화점 등 쇼핑시설이 가까운 장점이 부각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나 홀로 아파트는 앞으로가 걱정이다. 다시 '미운 오리'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잠원동 한 공인중개사는 "나 홀로 아파트가 주변 대단지 재건축 호재와 이주 수요로 인해 가격이 상승한 것은 맞지만 대단지에 비해 상승폭이 작아 가격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면서 "잠원중앙하이츠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이걸 팔아서 비슷한 수준으로 주변에 갈 만한 곳을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반포 지역으로 새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나 홀로 아파트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는 편"이라며 "경기가 안 좋으면 나 홀로 아파트는 거래가 뚝 끊기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경기가 좋을 때 팔 기회를 찾는 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향후 나 홀로 아파트들은 단독 재건축 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고 환금성도 떨어져 자칫 '돈 먹는 부동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나 홀로 단지는 시장이 호황일 때는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 추진되지만 추가분담금 문제 때문에 시장이 꺾인 시점에서는 동력을 찾기 쉽지 않다"면서 "재건축이 어려운 오래된 아파트는 감가상각이 심해져 투자 측면에서만 보면 나 홀로 아파트를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
[김기정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