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의 존 그레이 글로벌 부동산 부문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단독으로 인터뷰하면서 "블랙스톤은 아시아 주요 시장으로서 한국 부동산시장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레이 대표는 운용자산(AUM) 규모만 총 406조원인 블랙스톤에서 이사회 멤버이자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회사 지분이 많은 차기 회장 후보다. 블랙스톤은 그동안 한국 부동산시장을 주시해 왔다. 그레이 대표도 1년에 한두 차례 방한할 때마다 도시 상황을 살펴보고 주요 물건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 내 오피스빌딩은 국내 기관들과 경쟁이 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공실률 등을 이유로 투자에 신중한 입장이다.
글로벌 부동산 업계 '큰손'인 그레이 대표는 최근 한국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가 늘고 있는 미국 부동산시장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부동산 투자에서 미국 금리 상승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 금리 상승과 중국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 부동산시장은 오히려 최근 견조한 미국 경제와 부동산 수급 여건을 반영할 때 하락 가능성은 낮고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레이 대표는 "매달 들어오는 임대료와 수급에 따라 달라지는 현금 흐름으로 부동산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채권 투자와는 성격이 확실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동안 미국 부동산 가치는 금리 인상보다 거시경제에 따른 영향을 받아 왔다"며 "1994년과 2004년 미국 정부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시기에 미국 부동산 가격은 동반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 등 시장 개선에 대한 확신을 반영하는 것인데 과거 미국 부동산시장을 보면 이 같은 방향성이 금리 상승에서 오는 비용 부담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 부동산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몇 년 새 국내 부동산 투자로는 적정 수익률 확보가 어려워지자 미국 영국 독일 등 국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발 빠르게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이후 투자 심리는 상당히 위축되는 분위기다. 그레이 대표는 불확실한 시대에 오히려 장기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좋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자신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미국 부동산시장에서는 도심으로 몰리는 '재도시화'와 신규 건설 부재에 따른 주택 부문 투자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블랙스톤은 뉴욕에서 1만가구가 넘는 임대형 공공주택 전환 단지인 스타이브샌트타운을 지난달 캐나다 연기금과 함께 6조원에 인수해 주목받았다.
그는 또 "전 세계적으로 남유럽지역 스페인 주택 부문과 범유럽 물류시설 투자를 유망하게 보고, 아시아에서는 인도 오피스와 일본 아파트 투자에 관심이 높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최근 바닥 국면으로 거론되는 브라질 부동산시장에서도 고수익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 1991년부터 시작된 블랙스톤 부동산 부문은 운용자산 규모만 112조원으로 전 세계 사모 부동산 펀드 중 가장 크다. 금융위기 이후 운용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25년간 연평균 수익률 17%를 기록한 덕분이다. 지난해 25조원 규모 GE부동산 부문을 웰스파고와 공동 인수한 것도 금융위기 이후 최대 부동산 거래로 꼽힌다.
블랙스톤은 고수익(opportunistic)·안정자산(core plus) 부동산과 중순위 대출(debt) 등 세 가지 전략에 기반한 부동산 펀드 15개를 출시·운용해 왔다. 'Buy it, Fix it & Sell it(사고, 고쳐, 판다)'이라는 투자철학을 바탕으로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하고 적극 관리해 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방식이 적중했다.
그레이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힐튼월드와이드 등 호텔 체인을 비롯해 대형 오피스, 리테일, 물류창고 등에 투자해 왔고, 미국에서 가장 큰 오피스(429만㎡ 이상)와 상업용 부동산(1100만㎡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 그레이 대표는…
경제학·영문학 전공으로 펜실베이니아대 졸업 직후 1992년부터 블랙스톤에 합류해 24년간 부동산 부문을 비롯한 대체투자 영역을 키운 주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불과 45세에 연봉 22
할렘빌리지아카데미 이사회 의장으로서 저소득층 교육 문제 해결에 적극적일 뿐 아니라 부인과 함께 300억원을 기부해 모교 의대에 희귀암 연구를 위한 연구소(Basser Center for BRCA)를 설립했다.
[이한나 기자 / 강두순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