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이 52조7700억원이나 늘어나며 8년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가운데 IBK기업·신한·국민은행 등의 확대가 두드러졌다. 대기업 부실이 심화되고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에 들어가면서 은행들이 수익성을 높일 영업대상으로 중소기업에 주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과열경쟁에 대한 염려와 함께 급속한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가 2~3년 뒤 부실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은행과 각 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약 559조6400억원으로 2014년 말에 비해 52조7700억원(10.4%)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지난 2007년 65조1300억원 이후에 가장 큰 것이다. 최근 5년간 은행권의 대출증가폭이 △2011년 11조3100억원 △2012년 5조7300억원 △2013년 26년5800억원 △2014년 33조5100억원 등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작년의 증가세는 매우 빠르다.
작년 주요 은행 대부분이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린 가운데 기업·신한·국민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증가액 1위는 전통적 중소기업대출 강자인 기업은행으로 10조3400억원을 기록했다. 2위는 신한은행으로 작년에 중소기업대출 잔액을 7조4400억원 늘렸다. 이는 신한은행의 2014년의 증가폭인 4조8200억원에 비해서는 54%나 확대된 것이다.
가장 드라마틱한 증가세는 국민은행이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중소기업대출 잔액 증가는 6조7900억원인데 이는 2014년의 증가폭(7700억원)에 비하면 8.8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국민은행은 경쟁사에 비해 열세에 있던 기업금융 부문의 강화를 추진해왔고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KEB하나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 증가는 6조2400억원이었으며 그 뒤를 농협은행(5조8600억원), 산업은행(5조5200억원), 우리은행(4조8100억원) 등이 이었다.
중소기업 대출의 증가세는 은행권의 영업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진으로 조선·철강·해운 등 주요 대기업들이 부실에 빠지고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로 중소기업에 집중해 이 분야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부터 정부가 기술금융과 중소기업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소기업 대출의 증가는 벤처를 비롯한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되고 은행 역시 대기업에 집중된 대출을 분산시키면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은행간 과열경쟁으로 지나치게 빠르게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하면 향후 작은 충격에도 부실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신동화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대기업 부실이 심화되고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에 들어가면서 은행권이 앞다퉈 중소기업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경제여건과 중소기업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간 경쟁이 과열돼 관련 대출이 급속히 늘면 2~3년 뒤 부실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 부소장은 “은행들의 중소기업 여신 경쟁이 가열되면 서로의 고객을 빼앗아 오기 위해 금리를 깍는 출혈경쟁을 벌이게 되고 이는 더욱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기업금융팀장은 “중소기업은 보통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많이 받는데 부동산 경기가
지난 2006년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한 후 은행권이 중소기업대출을 크게 늘렸다. 이에 따라 2007년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65조원을 넘어섰지만 이후 글로벌금융위기 등의 충격이 발생하면서 부실이 커지고 관련 대출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기도 했다.
[김규식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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