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다음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들 3대 자동차주 중 완성차 업체는 당초 환율과 신차효과 등으로 4분기 낙관적 실적이 기대됐으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현대모비스의 경우 완성차 업체의 늘어난 생산량이 곧 실적으로 연결돼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생산분에 비해 판매분이 저조해 재고가 늘어난 데다 신흥국 환율이 불리하게 전개됨에 따라 4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모비스는 생산수량 증가에 따른 가동률 상승효과, 신차생산 확대에 따른 고부가가치 부품적용확대 등으로 그나마 긍정적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평이다.
◆ 현대차, 분기최대 매출에도 수익성은 악화
현대차는 분기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4분기 국내생산이 전분기보다 2.5% 증가하고 해외생산 역시 27.5% 늘면서 큰 폭의 개선세를 보였다.
하지만 신흥국 통화와 신흥국 경제 바로미터인 국제유가가 불리하게 작용해 직격탄을 맞았다. 브라질 헤알과 러시아 루블은 전분기 대비 각각 9.9%, 5.8% 절하됐고 원유도 2.4% 절하돼 해외 판매수익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특히 생산은 무리하게 증가한 데 비해 판매법인은 구형재고 소진 목적으로 인센티브를 강화했고, 제네시스 브랜드광고와 EQ900, 아반떼 론칭광고도 판촉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 늘어난 23조9700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6.2% 감소한 1조57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 기아차, 내수는 선방했지만 해외는 재고증가
기아차는 작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신차효과와 원·달러 환율 개선으로 긍정적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4분기 개별소비세 인하와 신모델에 따른 내수시장 호조에 비해 해외시장 여건이 우호적이지 못했다. 신흥시장 부진도 지속됐지만 경쟁이 심한 미국 중심 판매전략을 고수한 것이 독이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판매분이 생산분에 미치지 못하면서 재고가 쌓여 구형재고 소진을 위한 인센티브 소진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또 임금 인상분이 4분기에 집중돼 인건비 부담도 커졌다.
기아차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3% 늘어난 12조9100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8.6% 증가한 59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언뜻 개선폭이 커보이지만 기저효과에 의한 착시일 뿐 부진한 실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 현대모비스, 완성차와 달리 ‘생산은 곧 실적’
현대차, 기아차 생산이 4분기 크게 늘어난 것은 생산량에 연동되는 부품사의 성장에 호재였다. 양적증가 뿐 아니라 신모델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가격조정과 핵심부품 투입도 늘었다.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글로벌 공장 가동률이 유럽과 인도를 중심으로 개선됐으며, 우려가 컸던 중국에서 현대기아차 생산량도 늘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4% 늘어난 10조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9% 감소한 8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고 연구원은 “불리한 신흥국 환율에도 3분기 중국 생산량의 극심한 저조가 개선되며 선방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 올해도 완성차 실적개선은 미지수…친환경 부품주 주목해야
올해에도 완성차 업체의 실적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생산·판매 위주로 짜놨던 현지진출 전략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판매의 계절적 비수기에 구형모델 재고소진을 위해서는 인센티브의 추가투입이 불가피하고, 신모델 효과는 재고부담이 마무리된 이후에야 가시화될 전망이다. 내수시장도 개별소
자동차주 전반적으로 환율의 뚜렷한 개선과 신흥시장 활성화를 위한 유가반전 등 외적요인 개선을 기다려야 한다. 다만 친환경 전용차 출시 원년을 맞아 그동안 관련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현대모비스의 실적결실과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뉴스국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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