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업무 스트레스에 탈모가 올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매일 아침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털이 제법 빠지기 때문이다. 탈모치료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주변 얘기가 남의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재보험사들이 A씨와 같이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탈모보험’을 검토하고 있다.
가격 자율화 등 금융당국의 규제 철폐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서 틈새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상품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재보험 시장에 따르면 외국계 재보험사를 중심으로 탈모보험 개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보장 사각지대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보험업계가 올해 출시한 이색보험들도 모두 생활 속 보장이 필요한 곳을 찾는 데서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결혼에 따른 각종 위험(결혼식장 파손, 결혼 당사자의 사망, 전염병)을 보장하는 롯데손해보험의 웨딩보험과 NH농협손해보험과 흥국화재가 출시한 보이스피싱(전화사기) 보험, 현대라이프의 한방보험과 라이나생명의 한방진료 비용을 특약 형태로 보장하는 상품 등이 있다.
탈모보험도 상품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탈모보험은 아직 탈모증상이 오지 않은 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보장기간 중 탈모치료가 필요할 때 치료비, 가발비용 등을 보장해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계 재보험사 상품개발팀 관계자는 “보험료 가격 자율화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한 시도가 잇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후발주자로서는 무엇보다 상품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고 이런 의미에서 탈모보험에 대한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탈모보험과 같은 이색상품 논의가 올들어 활발해진 이유는 금융위원회가 보험업계를 감싸고 있던 규제의 벽을 일정수준 허물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작년 10월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보험료 산정 기준이었던 표준이율과 위험률 조정한도를 폐지했다. 보험사가 상품 개발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줬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보험회사들이 그동안 정부규제 때문에 힘들었다면 앞으로는 경쟁 때문에 힘들어질 것”이라며 “보험사들은 앞으로 금융당국보다는 시장과 보험소비자를 주목하며 경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사들의 신상품 출시 행렬에 탈모보험이 가세한다면 시장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시장규모도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1000만명으로 국민 5명 중 1명은 탈모로 고민하고 있다.
다만 수요가 많은 만큼 손해율이 크지 않도록 상품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다. 재보험사 관계자는 “탈모는 어느정도 예측가능하고 가족력 등을 무시할 수 없는 질병이기 때문에 손해율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
하지만 이색상품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장밋빛 전망을 하긴 이르다. 2010년 이후 작년 8월까지 판매된 배타적사용권 획득 상품의 판매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39개 상품 중 14개(손해보험 6, 생명보험 8)가 시장에서 종적을 감췄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 김진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