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유배당 보험을 사실상 없애고 무배당 보험만 판매하고 있어 시장 편중에 따른 선택권 제한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유배당 상품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현재와 같은 저금리에서는 이차역마진(보험료 수입보다 지급이 높은 상황)이 우려되고 보험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해명했다.
21일 보험권에 따르면 과거 유배당 보험 일색인 보험 시장에 정부 당국이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권 확대를 위해 도입한 무배당 보험이 오히려 상품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도입 취지와 다르게 상품이 운영되면서다.
유배당 보험은 보험료가 다소 비싸지만 보험사가 운용을 잘하면 계약자도 배당 수익을 얻는 구조다. 1990년대 이전만 해도 국내 보험 시장은 대부분이 유배당 보험이었다. 그러나 외국계 생명보험사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배당이 없는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무배당 보험을 1992년 7월 보장성 보험에 처음으로 도입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유배당과 무배당 보험을 비교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유배당 일색의 보험 시장에 변화를 촉발시켰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보험료가 저렴한 무배당 보험이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자 반대로 무배당 편향 판매가 지속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기존 보험사들은 무배당 상품을 팔기 시작한 외국계 보험사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무배당 상품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연금저축보험을 제외한 배당 보험은 판매하고 있지 않으며 소비자들은 오로지 무배당 보험만 가입할 수 있다.
보험사들이 무배당 보험만 고집하는 이유는 또 있다. 판매 정책이 소비자보다 보험사를 중심으로 짜여지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고객을 유치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일단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이 유리하다. 따라서 배당이라는 고객 혜택이 추가된 유배당 보험은 판매할 요인이 적은 셈이다.
금리 문제도 유배당 보험의 발목을 잡는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시장금리는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따라서 유배당 보험의 고정된 보장 금리보다 실제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밑돌아 이차역마진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긴다.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 고금리 때는 보험료를 받아 자산을 운용하는데 크게 부담이 없었지만 현재와 같은 저금리에 유배당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역마진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불황에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점도 유배당 상품 출시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배당을 둘러싼 잡음도 유배당 보험을 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006년에는 일부 보험사들의 상장 문제로 계약자 배당이 보험 업계의 화두로 부상한 적이 있다. 정부가 유배당 보험의 보험료 운용수익의 90%를 계약자에게 주고 나머지 10%만 보험사가 가져 가도록 보험업법에 정하자 보험사들은 배당금을 주주(오너일가)가 독차지할 수 있는 무배당 보험에 주력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같은 이유로 보험사들은 유배당 보험을 중단하고 무배당 보험을 주로 판매하는 기현상이 벌어졌고 결국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권이 없어졌다. 소비자들은 유배당 보험을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고 당초 무배당 보험의 도입 취지도 무색해졌다.
유배당 보험이 판매 중지돼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보험이 없어진 부작용도 있다. 보험사들은 ‘무배당 보험이 보험료가 저렴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가격 비교가 불가해진 측면이 있다. 유배당과 무배당간 가격 차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당국이 적극 나서서 유배당 보험 판매를 재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