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상생론자' 은성수 씨(사진)가 제6대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으로 19일 취임했다. 차관보급(1급)인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을 거쳐 지난해 10월 세계은행 상임이사로 부임하면서 한국을 떠난 지 1년3개월 만이다.
대통령 재가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1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급히 귀국한 그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KIC 본사 18층에서 열린 취임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취임일성은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자신의 말이 산 다음에 상대의 돌을 잡으러 가야 한다는 뜻의 바둑 격언)'로 요약된다.
1988년 찰스 덜라라 미국 재무부 차관보와 면담 이후 강대국의 '슈퍼 파워'를 체감한 그는 낭만적인 환율주권론자나 강경파의 길보다는 현실적 상생론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 같은 경험칙은 조직 운영철학에도 반영됐다. KIC 신임 사장으로서 그는 우선 '아생(我生)'을 강조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KIC가 환골탈태하는 수준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지 않으면 그 존립 자체에 대해서까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요 국부펀드들이 2000억달러 이상 자산을 보유해 우수한 투자정보와 협상력 확보 등 '규모의 경제'를 누리고 있는 반면 KIC는 자산 규모가 작고 조직 운영 탄력성 면에서도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게 은 신임 사장의 냉정한 평가다.
"추가적인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유럽·일본의 완화적 금융정책에 따른 통화정책 비대칭성으로 투자 환경은 더욱 우울하다"고 은 사장은 지적했다. 그는 "재임 기간(3년) 안에 공동투자기관을 찾아가기보다는 공동투자기관이 찾아올 수 있는 체질을 만들겠다"며 체질 개선을 위해 '클린경영' '성과경영' '통합경영' 등 세 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했다.
은 사장은 "이처럼 조직을 추스른 연후에는 '살타(殺他)'도 가능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익률을 달성하는 세계 10대 국부펀드이자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과 해외 진출의 파트너로서 KIC 위상을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그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과 함께 역내 인프라 투자에 대한 수요와 공급 기회가 많아질 것"이
대체투자 확대와 글로벌 사무소 확대 등 그간 추진 과제의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