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41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2일 이후 3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6월 9일부터 7월 23일까지 3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데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지난 6일 기록상으로는 하루 반짝 순매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간 외 대량매매에서 두산이 내놓은 한국항공우주 지분 5%를 외국계 기관이 3564억원어치 사들인 것을 제외하면 실제 정규시장에선 1922억원 순매도한 셈이다.
31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내다 판 금액은 총 5조1474억원에 달한다. BNK금융지주(440억원) 하나금융지주(391억원) 삼성전자(327억원) 동아에스티(327억원) 아모레퍼시픽(309억원) 순으로 순매도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로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대대적인 순유출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전 세계 경기 둔화 염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코스피 하락폭은 여타 신흥국이나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 지난달 2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코스피는 7.2%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산업지수가 10.6%, 닛케이225지수가 14%, 상하이종합지수가 16.1% 급락한 것에 비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외국인 매물을 소화하면서 지수를 떠받친 영향이 컸다. 지난달 2일부터 지난 15일까지 개인투자자는 3292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고 기관투자가 중에서는 보험이 1조1634억원, 투신이 9195억원, 연기금이 724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스피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코스피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 안팎에 불과해 더 내려갈 여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있어 다른 증시가 오를 때 같이 못 올랐다는 점 때문에 외국인 매도로 지수가 내려갈 때 국내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한 측면이 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견되는 만큼 외국인 매물을 무작정 받아내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에도 주로 외국인 매물을 받아냈던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 10개의 주가하락률은 34.1%나 됐다.
하나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코스피 전체 거래금액에서 공매도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8.1%에 달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 초 7.6%를 오히려 뛰어넘었다. 최근 코스피 상장주식 수 대비 거래량 비중과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 비중은 각각 0.7%와 0.3%에 불과하다. 2011년 이후 거래량 비중이 0.5~0.7% 수준일 때가 투자자 공포심리가 정점을 형성했던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현재 투자자들의 공포가 당시와 엇비슷한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위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중국뿐 아니라 한국도 대대적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좀 더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안전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환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시장은 기업 실적 전망이 계속 하향조정되고 있는 데다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어 아직 바닥을 쳤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저점 매수 기회가 임박했다는 조심스러운 진단도 내놓는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