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이 있다. 이왕 겪어야 할 일이라면 아무리 어렵고 괴롭더라도 먼저 치르는 편이 낫다는 뜻인데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는 이 속담이 적용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초 IPO(기업공개)를 추진한 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에 형성돼 있거나, 상장 이후부터 현재까지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에 가장 먼저 입성한 종목은 포시에스다. 지난해 2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포시에스는 공모예측 당시 1162.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흥행을 예고했지만, 상장 후 주가 흐름은 녹록지 않았다.
포시에스는 상장 첫날인 지난해 2월 11일 공모가 대비 75.8% 오른 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당시 시초가는 공모가인 9100원보다 70.3% 높은 1만5500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후 2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15%)까지 떨어지면서 상승분을 반납, 현재는 공모가에도 못미치는 7000원선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가 15% 이상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2015년 을미년(乙未年)의 상장 1번 타자로 나선 포시에스의 성적은 매우 부진한 수준이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하고 지난해 두번째로 상장한 세화아이엠씨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인 세화아이엠씨는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731.79대 1을 기록해 증거금만 1조5632억원이 모였다. 하지만 세화아이엠씨의 공모가는 1만6300원, 현재 주가는 8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는 모두 ‘상장 재수생’, ‘상장 삼수생’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포시에스는 지난 2014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으면서 한 차례 상장이 미뤄졌고, 세화아이엠씨는 지난 2012년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데 이어 2014년 12월 저조한 수요예측에 상장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포시에스, 세화아이엠씨 등 상장 초기 급등했던 기업들의 주가에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결국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포시에스는 영업손실 3억2096만원, 당기순손실 1억6229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적자전환했다. 매출액 역시 6.5%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세화아이엠씨의 영업이익은 58.8%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70% 가까이 급감했다. 이는 ‘주가는 실적을 따라간다’는 투자 격언이 그대로 적용된 모습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모든 기업들의 주가는 실적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거듭 설명했다.
김 팀장은 “상장은 곧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은 상장 이후 외형확대·이익 성장 등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야 한다”면서 “이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면 주가가 부진
이어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조달한 상장 유입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계속해서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세번째로 주식시장에 입성한 엔에스쇼핑도 이날 현재 17만5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엔에스쇼핑의 공모가는 23만5000원이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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