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종가 기준으로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작년 말과 비교해 9.42%나 하락했다. 배럴당 30달러까지 내려간 유가가 일본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재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도 한국처럼 조선·건설업종 비중이 크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하면 일본 경제도 타격을 받게 된다"며 "유가가 계속해서 하향세를 보이면 일본 증시가 힘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이 이달 말부터 원유 증산에 나설 예정이고 원유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오는 3월 전까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국 등 신흥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지면서 엔화가치가 크게 오른 것도 일본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100엔당 원화값은 14일 오후 3시 17분 기준으로 전날보다 12.75원 떨어진 1030.50원 수준에 머물렀다. 작년 말 978.07원이었던 100엔당 원화값이 불과 10거래일 만에 52.43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그동안 일본 증시를 끌어올린 게 양적완화였는데 일본은행(BOJ)이 작년 말 추가 양적 완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일본 증시 폭락의 가장 큰 이유"라고 진단했다. 강현철 부장은 "엔고가 진행되면 일본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기 때문에 올 상반기는 일본 주식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주식에 대해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미국 경제가 전 세계 경기를 이끌 유일한 견인차로 기대를 모았는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 주요 기업이 실망스러운 4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다"며 "이에 미국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투자자들도 주식을 팔고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14일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70%까지 하락하며 2007년 9월 자료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 확대와 주식시장 혼란으로 국채 매수가 몰린 탓이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으며 이날 오후 한때 전일 대비 0.015% 낮은 0.190%로 밀렸다. 작년 1월 20일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인 0.195%를 약 1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장기 금리가 하락한 데다 닛케이지수 급락으로 위험을 피하고 싶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국채를 사들였다"고 분석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은 가격도 치솟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9달러(0.2%) 오른 1087.10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단기적으로 1100달러 이상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 은 가격도 온스당 40.5센트(3%) 급등한 14.156달러에 마감했다.
물론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과장됐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중국 내 투자
[용환진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