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통적으로 원화 약세 수혜주로 꼽혔던 자동차, 정보기술(IT) 같은 대형 수출주들도 중국 등 경기부진으로 환율효과를 제대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 우리나라 국채 등 채권을 대거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새해 들어선 '팔자'로 돌아섰다.
12일 코스피는 장 초반 미국과 유럽의 상승 마감 소식에 1910선까지 반등했지만 중국 증시 약세에 결국 전날보다 0.21% 내린 1890.86에 장을 마쳤다. 이날 개인과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219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연초부터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코스피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6일 한국항공우주 블록딜로 인한 순매수를 제외하고 1조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증시의 악재 중 하나는 위안화 약세와 동반한 원화 약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10.3원으로 전일 대비 0.31% 올랐다. 원화값이 5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증권과 데이터가이드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원·달러 환율에 따른 외국인 매매대금 현황에서 외국인 매수세는 원·달러 환율 1100~1200원 구간에서 가장 집중됐으며 1200원 이후부터는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2003년 이후 작년까지 원·달러 환율이 1100~1150원인 구간에서 46조원으로 가장 많이 매수했으며 1150원~1200원 구간에서 34조원, 1200~1250원 구간에서 23조원으로 매수세를 점점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질 실효 환율상으로도 원화는 위안화와 함께 고평가된 통화에 속하기 때문에 외국인투자가들이 원화 자산에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고 말했다.
과거에는 원화 약세가 대형 수출주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지만 최근 수출이 부진하면서 환율 상승이 계속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기업의 기업 이익 증대 및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매수세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수출이 부진하면서 원화 약세의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화 약세의 수혜주로 자동차·IT가 꼽히는데 최근 자동차는 신흥국 통화 약세로 수출이 부진하며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중심축이 옮겨가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IT도 패널·반도체가 글로벌하게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증시 대비 국내 증시는 여전히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광현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증시가 지난주 6.2% 하락한 반면 코스피는 2.2% 하락에 그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까지 매달 2조원 가까이 채권(국채·통안채·회사채 포함)을 순매수하던 외국인은 최근 원화 약세가 심화되자 순매도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황분석실에 따
금감원 관계자는 "실적으로 인한 주가 상승이 환손실을 커버할 수 있는 주식과 달리 채권은 환율의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어 최근 들어 외국인 채권투자자들의 채권 순매도가 소폭 늘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