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은 이날 "경기 부진 등에 따른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의 해결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차원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한진중공업의 금융권 채무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약 1조6000억원으로 산업은행(5000억원)과 하나은행(2100억원) 등 1금융권 채무(1조4000억원)가 대부분이다. 나머지 2000억원가량은 건설공제조합 등 2금융권 채무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와 부산 영도조선소, 아파트 브랜드 '해모로' 등을 운영하는 조선·건설 업체로 최근 수년 동안 영업손실 누적으로 자금난을 겪어왔다.
산업은행은 8일까지 채권단에 한진중공업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묻는 안건을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부의하고 늦어도 15일까지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한진중공업의 자구계획을 토대로 만기 도래 채권 연장 등에 채권단이 합의할지가 관건이지만 한진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일시적이라는 점에서 자율협약 개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자율협약 개시를 위해서는 채권단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진중공업은 7일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공제조합 채무 600억원에 대한 만기 연장으로 급한 불을 끈 후 8일 자율협약을 신청할 예정이었다. 건설공제조합처럼 2금융권 채무는 1금융권 채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율협약을 통해 만기 연장이나 채무 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7일 자율협약 신청 소식이 전해지면서 같은 날 자율협약을 신청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율협약 신청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한진중공업 주가(종가 기준)는 전일(3775원) 대비 22.25%(840원) 떨어진 2935원을 기록했다.
한진중공업은 자산 매각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남아 있는 보유 자산 중에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겠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최근까지 70만㎡에 달하는 인천 북항 용지를 매각했다. 한진중공업 측은 남아 있는 160만㎡ 의 북항 용지도 매각할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은 동서울터미널 건물과 부속토지, 운영권까지 매각할 방침이다. 인천 북항 용지와 동서울터미널 관련 자산의 시가는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중공업은 2~3년 전부터 1조9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했다고 밝혔다. 다른 조선사들과 달리 회사채 부채가 없고 필리핀 수빅조선소 실적이 꾸준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선 빅3'가 해양플랜트 사업으로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자산 매각이 쉽지 않겠지만 한진중공업이 희망하는 가격대에서 매각이 이뤄지면 이자를 부담하면서 영업에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