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쇼크가 계속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간 갈등까지 불거지며 국내 건설사 텃밭인 중동 건설시장 전망이 불투명하자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건설 수주액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7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토부는 올해 별도의 해외건설 수주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시장을 둘러싼 변수가 많다보니 구체적인 금액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해외건설 진흥계획을 내놓은 지난 2004년부터 연초마다 그해 달성할 해외건설 수주액 목표를 제시했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특히 저유가 현상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에는 수주액이 461억4000만 달러로 전년(660억1000만 달러)보다 30%나 급감했다. 연간 수주액이 5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6년만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정유 플랜트 프로젝트를 대거 내놓던 중동 산유국들이 지갑 열기에 주저하면서 공사 발주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에도 수주목표액 잡기를 포기했는데, 올해 역시 작년과 비교해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 않은 만큼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올해 전망을 작년보다도 더 어둡게 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미 올해 상반기 시장에 나올 계획이던 사우디 등 중동 일대 프로젝트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줄줄이 연기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과의 갈등도 불안요인으로 떠올랐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란은 올해 미국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주력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라며 “이 와중에 사우디와의 경색관계가 계속돼 이란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으면 안 그래도 줄어든 중동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수주액이 전년보다 최고 70% 줄어들 만큼의 ‘어닝쇼크’를 겪은 대형 건설사들도 올해는 몸사리기에 여념이 없다. 주요 사업장이 동남아 위주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중동 상황을 감안해 수주액 목표치를 작년 수준 혹은 그보다 더 작게 잡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시아와 남미 등 다른 지역에서 일감을 찾고 있긴 하지만 중동만큼의 실적을 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며 “최소 올해까지는 중동발 실적 쇼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토부와 해건협은 한국수출입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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