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밑 숨은 땅에 상점·카페 들어선다

↑ 지하철 뚝섬역 교각 하부 일대에 들어서는 안심상가 구상도. [사진 제공 = 성동구]

'다리 밑'이 상업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성동구가 '컨테이너박스 미니숍'을 설치하기로 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교각 아래 상업시설 구축에 잇따라 나선 것이다.
서울 성동구(구청장 정원오)가 2월께 지하철 2호선 뚝섬역 교각 아랫부분에 컨테이너박스 총 20개, 총면적 369.6㎡에 달하는 '컨테이너박스 숍' 설치를 추진하면서 교각 하부 공간 활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안심상가'로 활용되는 점포에는 사회적기업 사무실과 영세 소상공인 전시판매장이 입주할 예정이다. 구에서 공익적 차원으로 조성하는 만큼 임차료는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
성동구 관계자는 "바닥 면적 17.5㎡, 높이 4.5m 중층 구조 숍 한 곳 총임대료가 월 25만원 정도에 책정될 예정"이라며 "도로점용료 연 180만원과 주변 시세의 20~30% 수준인 임차료를 합쳐 산정된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와 성동구는 이미 2013년부터 성수역 하부에 수제화 공공임대 점포를 운영해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조성했다. 이곳에 입점한 업체는 임차료 없이 도로점용료를 연 150만~200만원만 내면 장사할 수 있다. 박스 숍은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버전인 셈이다. 성수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안심상가가 들어설 입지를 일반 상권 시세로 환산하면 전용면적 33㎡를 기준으로 보증금 2000만~3000만원에 임차료는 월 70만~100만원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1호선 도봉역 하부 공간도 민간사업자가 상가로 개발해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임대사업을 벌였다. 연면적 1380㎡인 공간에 점포 용도로 1112㎡가 배정돼 식당 열 곳이 들어선 상태다. 코레일은 민간사업자 무상사용 기간이 끝난 2013년 건물을 반환받았으며 최근 3년간 129㎡ 상가에서 임대료 연 2500만원을 거두는 등 연 1억7000만원의 임대료를 받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올 3월 기존 임차인들과 계약이 종료되면 상가 개·보수를 거쳐 공개입찰로 임차 상인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가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 고가 하부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자체 인허가를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서다. 철도시설공단은 2014년 경의선 금촌역 하부 공간을 개발하려다 포기했다.
금촌역 역사에 3층짜리 가설건물을 지어 교각 하부인 1층은 식당, 2층에 역사와 아웃렛, 3층에는 웨딩홀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파주시가 허가를 내주지 않아 주저앉은 것이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지자체에 따라 규정이나 안전 문제로 인허가를 받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며 "파주시에서 도시계획시설상 철도로 분류돼 판매시설 설치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고가 하부 100여 곳이 주차장 등으로 쓰이는 것 외에 활용도가 떨어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재규 홍익대 디자인콘텐츠대학원 공간디자인학과 교수는 "일본·네덜란드 등에서는 교각 하부가 터미널·백화점·쇼핑센터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며 "교각 하부에 상점·카페 등 상업시설과 문화센터·스포츠센터 등 문화시설을 조성해 공간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