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쇼크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주요국의 증시는 새해 첫 거래일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증시는 7% 가량 폭락해 급기야 주식거래가 중단됐고, 미국 증시도 덩달아 흔들리면서 3대 지수 모두 1~3% 하락 마감했다. 이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데다 중국발 쇼크까지 겹쳐지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증시 전체로 확산된 탓이다.
국내 증시도 예외는 아니다. 병신년 첫 거래일 4일 한국 증시는 42.55포인트(2.17%) 급락했다. 이는 지난해 8월 24일(46.26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이며, 지수는 새해 첫 거래일부터 4개월만에 최저치로 밀려난 셈이다. 5일 반발매수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들 대외악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미국의 금리인상 이벤트, 중국발 위기 등 대외 이슈에 일년 내내 휘청이던 국내 증시가 다시 한 번 허약한 체질을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월 효과(중소형주가 연초에 강세를 보이는 현상)’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는 올해도 가능할 전망이지만 그 강도는 지난해보다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기대하는 중소형주의 1월 효과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이벤트 등 불확실성 요소가 상당 부분 제거되면서 연초에는 단기 상승랠리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증시의 폭락과 중동발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대가 새로운 악재로 떠오르면서 국내 증시를 다시 한번 억누를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외 요인뿐만 아니라 코스피 자체 펀더멘털이 취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기업실적 부진 등 상승 모멘텀 부재 속에 대외 불안까지 겹쳐지면서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날 중국 증시가 경제 지표 부진과 주요 주주 지분 매각 제한조치 종료 등의 요인으로 급락세를 맞자 당국은 오후 1시 13분(현지시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한 이후 다시 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낙폭을 재차 확대해 7% 이상 밀려났다. 같은 시간 코스피 역시 중국 증시 곡선을 그대로 따라가며 낙폭을 늘렸다. 국내 증시의 대외 의존 심리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저유가’는 국내 증시에 악재로 여겨져 지수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까지 추락하면서 저유가 여파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해외 투자 자산을 대거 회수하면서 국내 증시에 부담을 준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하는 등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자 안전자산인 국제 유가가 반등, 전날에는 장중 4%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유가 반등 국면에 따른 지수 상승을 점치기도 했지만, 유가 상승은 오히려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확산해 주식 시장의 하락을 부추겼다.
유가 등락에 따른 중동계 외국인 자금 이탈과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국내 증시를 번갈아가며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펀더멘털이 취약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면서 “특히 유가는 공급과 수요, 환변동성 등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이어 “당분간은 지수가 횡보 흐름을 보이다 4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 의미있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며 “국제유가와 엔·달러환율을 눈여겨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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