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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12월 24일(17:4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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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안의 블랙박스'란 광고문구로 알려진 블랙박스 제조업체 다본다는 이달 22일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았다. 다본다는 한때 국내 블랙박스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점차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어 순위가 4위까지 하락하고 경영실적도 악화되는 바람에 올해 5월에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원인은 과도한 마케팅비와 무리한 사업확장 이었다. 다본다는 2013년 인기 탤런트 장혁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TV 광고를 내보내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고, 크게 늘어난 광고비는 회사 경영에 부담만을 안겨줬다. 블랙박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세는 한풀 꺾였지만, 진입하는 기업의 수가 오히려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 졌기 때문이다.
중견기업들 중 시장에서 상대를 밀어내기 위한 출혈경쟁,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 법정관리를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과도하게 마케팅비를 지불하거나, 판매 단가를 낮추었지만 결국 자금부족 등의 이유로 경쟁에서 도태된 경우다. 문제는 해당 업체가 법정관리를 받는다고 해도,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자체여력으로는 단기간에 법정관리를 졸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업종일수록 피해는 크다. 대표적인 경우가 의약품 유통업체들로 제약업계 시장 침체와 유통비용 인하, 거대 자본의 진출 등의 영향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납품단가를 낮추는 추세다. 연 1000억원대 매출을 내던 중견업체 제신제약은 지난 9월부터 법정관리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 초 제신약품은 보훈병원, 아산병원 등 다수의 종합병원 납품 계약을 따냈지만, 지나치게 낮은 납품단가로 수주한 계약은 회사 재정에 득이 아닌 독이 됐다. 지난달 11월에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을 한 아세아약품도 이런 가격경쟁의 희생자로 알려졌다.
대기업 계열사들도 이런 시장 상황으로부터 무풍지대는 아니다. 일진그룹 계열사인 일진머티리얼즈는 18일 종속회사인 일진엘이디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회사설립 후인 2012년 이래로 일진엘이디의 매출은 계속 늘어났지만, 주력 생산품 LED(발광다이오드)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는 바람에 매출과 비례해 당기순손실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엘이디의 부진이 모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법정관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자체 여력만으로는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시장 자체가 출혈경쟁 양상으로 접어든 이상 사업 분야 자체를 바꾸거나 대규모 투자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지만,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견기업들은 그나마도 쉽지 않다. 한 파산법원 관계자는 "올해 들어 과도한 출혈경쟁 끝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자본금 500억~1000억대 기업들이 늘었다"면서 "시장 상황이 나쁜 경우에는 법정관리 졸업이 지체되거나 아예 회사 자체가 청산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