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품에 안으면서 자기자본 7조원 규모의 초대형증권사로 도약했다. 내년 1월까지 합병을 완료하고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발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4일 산업은행은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를 열고 대우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증권 지분 43.0%와 산은자산운용 지분 100%이다.
◆미래에셋 업계 1위로 ‘훌쩍’…글로벌 IB 청신호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업계 1위(자기자본 기준)의 초대형증권사로 뛰어오르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의 자산규모는 3조4000억원으로, 대우증권의 자산(4조원)과 합치면 7조원을 훌쩍 넘어간다. 현재 업계 1위인 NH투자증권의 자산규모는 4조4000억원이다.
전례 없는 대형증권사가 탄생하면서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대우증권의 해외산업과 투자은행 분야에서 강점이 더해지면서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투자은행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경제의 역동성 회복, 글로벌자산배분을 통한 국민의 노후준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까지 자기자본 10조원, 세전이익 1조원, 세전 ROE 10% 를 달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대우증권 노조 반발, 풀어야할 숙제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를 마무리 할 때까지 대우증권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서 완전고용승계 방침을 명시한 서류를 산업은행에 제출하면서 ‘노조 달래기’에 나섰지만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NH농협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 양사에서 희망퇴직을 한 전례가 있다.
대우증권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의 인수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래에셋증권이 시가총액이 훨씬 넘는 현금을 투입해 대우증권을 무리하게 인수하려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래에셋증권이 자기자본의 70% 이상을 대우증권 지분 매입에 투자하면서 차입인수(LBO)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매각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저지를 위해 총파업 찬반 투표도 진행할 예정이다. 기관투자자, 소액주주들과 함께 대주주 변경 반대와 합병반대 입장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 융합될 때까지 시간 걸릴듯
거대 증권사가 통합되는 만큼 두 회사가 ‘한 조직’으로 거듭나기까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우증권 노조와의 갈등 외에 양사의 분위기가 달라 화학적 결합을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은 1970년 동양증권 설립 당시부터 40년이 넘는 역사를 세운 전통의 증권사다. 여러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대표와 리서치센터장을 배출한 만큼 자부심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분위기는 어떻게 보면 양 끝단에 서있는 셈”이라며 “직원들이 진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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