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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6.43포인트(1.88%) 오른 1969.4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7.49포인트(1.17%) 상승한 647.27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상승은 국내 기관이 주도했다. 무려 5367억원어치에 달하는 주식을 쓸어담았다. 6004억원을 순매수했던 지난 9월 10일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순매수다.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 주식을 1863억원어치 내다팔며 11거래일째 순매도를 이어갔지만 낙폭 과대주 위주로 대거 사들인 국내 기관 매수세를 이겨낼 수 없었다.
최근 들어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연중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던 증시 거래금액도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5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거래금액 합계는 6조1972억원으로 지난 1월 19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지만 16일 거래금액 합계는 6조9539억원으로 7조원 수준으로 다시 늘었다.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감소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급반등한 것도 증시가 활기를 띠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 중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이탈이라기보다는 국제 유가 하락 여파가 더 컸다"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가 유가 반등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 연구원은 "이미 글로벌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효과를 반영했다"며 "연준 금리 인상 속도가 매우 느릴 것으로 예상돼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9463억원어치, 10월 1조8965억원어치를 내다팔았던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자가 지난달에는 352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12월 자료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유가 반등 덕분에 사우디아라비아 순매도 규모가 더욱 줄었을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시되고 있지만 정작 미국 자금 순유출은 눈에 띄지 않는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 실장은 "미국계 자금은 연기금 중심이다 보니 변동성이 크지 않다"며 "아직까지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특히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경기 변동에 민감한 유럽계 자금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유럽계 자금은 롱숏, 모멘텀 플레이를 하면서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며 "유럽계 매도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국내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향후 외국인 수급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10월부터 배당을 노린 자금이 있었는데 12월이 지나면 배당 메리트가 사라지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빠질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은 16일에도 선물은 6000억원어치 샀지만 현물은 2000억원어치 팔았다"며 "신흥국 전체뿐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도 자금 비중을 늘리지 않으며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모습이 엿보인
그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시총 상위 종목들은 이날 일제히 힘을 냈다. 코스피 시총 50위 이내 종목 중 하락한 종목은 한샘뿐이었다. 주요 종목 중에서는 유가 반등 덕분에 SK이노베이션(9.02%) 에쓰오일(6.7%) 롯데케미칼(6.11%) 등 정유주가 6% 넘게 올랐다.
[용환진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